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명칭사용료 회자될 얘기 아니다"…충당금 부담에 명칭사용료 이중고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NH농협은행 등이 내는 명칭사용료를 깎아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은행으로선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대규모 적자도 불가피해졌다.
김 회장은 1일 열린 6월 정례조회에서 “농협은행이 부실대출로 허우적거리다 보니 명칭사용료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명칭사용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으로 회자될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농협은행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와 명칭사용료 감면과 납부 유예 등을 논의해왔다. 농협중앙회 일부 임원들은 농협은행의 부실 규모를 확인하고 빅배스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명칭사용료 감면이나 납부 유예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중앙회에 ‘농협’이나 ‘NH’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내고 있다.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낸 명칭사용료만 1조4316억원에 이른다.
명칭사용료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돼 NH농협금융 계열사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 1분기에 직전 3년 평균 매출액의 2.5%인 789억원을 명칭사용료로 냈다. 농협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이 151억원에 그친 것은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부담과 더불어 명칭사용료 때문이었다.
농협중앙회가 명칭사용료를 평소처럼 받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농협은행은 올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큰 탓이다. 농협은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결정된 STX조선해양 여신 100%를 충당금으로 쌓는다면 6700억원이 필요하다. 올 3월말 기준 1조5131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내리면 최소 710억원에서 최대 268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STX조선과 대우조선 충당금으로 9400억원을 쌓으면 적자 규모만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올 1분기에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고 15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올 2분기 충당금이 9400억원으로 늘어나면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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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적자가 지속되면 자본으로 인정받는 코코본드를 발행하거나 농협금융지주의 증자를 받아야 한다. 농협은행은 올 3월에 3000억원어치의 코코본드를 발행했고 올 6월과 하반기에 각각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코코본드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등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부담으로 2분기에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마다 700억~800억원의 명칭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계획했던 빅배스도 사실상 불가능해 부실여신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