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개국공신 챙기기 이제 그만하자

[우보세]개국공신 챙기기 이제 그만하자

이학렬 기자
2017.05.09 14:02

"후보자 A는 좋은데 A의 선거캠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통령선거 기간 중 심심찮게 들었던 말이다. 뒤이어 "대통령만 보고 투표하면 안된다"는 말이 보통 덧붙여진다.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주변 사람들이 새로 출범할 정부에서도 많은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우려다. 당선을 도운 캠프 사람들은 새 정부에 '지분'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분' 있는 사람들은 직접 입각하거나 청와대에 들어갔다. 혹은 지인을 추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사람들은 사장이나 부사장, 감사, 이사 등의 자리를 받았다. 자리는 정부가 직접 인사하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지분'이 없는 곳이나 정부가 세금 한 푼 지원하지 않는 곳까지 가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 정부에서 이같은 일들이 되풀이된 만큼 새 정부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집권당이 바뀌는 정권교체의 경우 정도가 심했던 만큼 새 정부도 과거 정부와 비교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분' 있는 사람들이 인사에 개입할 것이란 예상을 반영하듯 지난 정부 막판 금융권 주요 인사는 올스톱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차기 사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도 못했다. 사장 공석이 길어지자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상택 전무를 '일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수협은행은 차기 행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해 은행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외부 인사'를 원하는 정부측과 '내부 인사'를 바라는 수협중앙회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2개월 이상 허송세월을 보냈다. 수협은행도 행장 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권재철 수석부행장을 '일시 행장'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수협은행이 새로운 CEO(최고경영자) 선정을 미루자 새 정부 사람이 올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CEO도 '지분' 있는 사람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민간 금융회사에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민간은행 출신이지만 이전까지는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KB국민은행장 자리도 위태롭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한다 해도 국민은행장은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선 초기 개국공신을 비롯한 공훈이 있는 신하들은 공신전을 받았다. 개국(정권창출)에 도움을 준 신하(캠프 구성원)들에게 좋은 땅(자리)을 준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와 공신전은 비슷하다. 공신전은 상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조선 중반 이후 사회문제가 됐다. 전문성과 능력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설명이 필요없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아니 그 전부터 내려온 개국공신 챙기기는 바로 직전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번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인사 시스템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투명하지 않은 인사와 능력 없는 '낙하산' 인사는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적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학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