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은행은 작년에 11조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이보다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2015년과 2016년에 당기순이익이 겨우 2조~3조원 대였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민간기업 대접을 받지 못한다. 이익을 많이 내면 칭찬보다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우리나라 은행은 거의 대부분 내수기업이다. 수출역군이 박수를 받는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다. 열심히 외화를 벌어오는 기업들에게 충분히 자금을 대주지는 못하면서 가계를 대상으로 대출을 많이 해 돈을 번다.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이익을 낸다는 차가운 시선이 돌아온다.
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충분히 내고 그 돈으로 자본금을 많이 쌓아놔야 혹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또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 줄 수 있는 여력도 커져 실물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은행들이 담합을 한다든지 소비자를 속이는 등 부당행위로 이익을 낸다면 엄벌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도 사기업인데 이익을 많이 냈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은행들도 규제로 얻는 이익이 있는 만큼 이익의 일정 부분은 소비자와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도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니 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들에게 닥쳐올 경영환경의 변화가 만만치 않다. 이익을 너무 많이 내서 욕을 먹던 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다.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당장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가계대출을 꽉 막아버렸다. 그간 은행들은 부동산시장 활황에 따른 가계대출 폭증의 혜택을 본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이자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방위로 가계대출을 막아놨기 때문에 은행들이 가계대출로 이익을 많이 내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대출도 녹록치 않다. 이미 작년부터 여러 은행들이 비외감 중소기업 대출까지 늘려놓은 터라 더 대출해줄 여지가 별로 없다. 이자이익이 80%가 넘는 국내은행들이 가계대출, 기업대출 모두 늘릴 여지가 많지 않다면 어디서 이익을 내야 하는지 막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연간 3%는 커녕 2% 대 성장이 일상이 되었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저성장은 은행의 성장을 억누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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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전통산업이 점차 쇠퇴하고 소위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어갈 것이다. 은행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실력을 길러야한다. 금융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발의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도 강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지만 은행에게는 비용요인이다.
이처럼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빠르게 그리고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행들은 활발하게 해외진출도 도모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모델도 혁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도 발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익이 많이 나서 숨 돌릴 틈이 생긴 지금이 실력을 기를 좋은 타이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