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종이 없는 실손보험, 다시 온 기회

[우보세]종이 없는 실손보험, 다시 온 기회

김세관 기자
2022.08.29 05:37
지난 2018년 7월 31일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다섯번째)와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송준상 금융위 상임위원, 설인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관련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시연 및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2018년 7월 31일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다섯번째)와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송준상 금융위 상임위원, 설인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관련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시연 및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공부는 스폰지 같은 흡입력이 살아 있는 10~20대 하는 것이 좋고, 경제활동은 몸과 마음이 완숙한 30~40대 열심히 하는게 자연스럽다. 물론 시대는 변했고, '만학도'와 '제2의 도전'에 나서는 중장년의 도전도 많아졌다.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겪어야 했을 회한과 치러야 했을 대가를 무시하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불편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해소하라는 개선권고를 했다. 2009년은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다. 국내 IT 기술의 분명한 변곡점이었다. 자연스러운 전산화·간소화가 현실화될 적절한 시기였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국회 역시 조직화된 이익집단의 의견에 좌지우지 됐다. 그렇게 권익위 권고 이후 13년이 지났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중간 중간 정부와 국회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5년 금융당국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과 2016년 '제2 단계 금융개혁' 방안 등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침이 포함됐다.

또 2018년 10월부터 2019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의료계,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민단체, 보험업계 등이 참석한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실무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진척 사항은 없다.

그 사이, 제 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하지 못했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치르는 중이다. 올해 3월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4000만명이다.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의 조사 결과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음에도 포기했다.

30만원 이하의 상대적 소액 실손보험 포기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진료를 본 병원과 약국에서 관련 서류를 모두 받고 나서 팩스 혹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스캔 기능을 이용하거나 직접 보험사에 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이 싫은 것이다. 청구할 돈이 상대적으로 소액이라면 이같은 번거로운 절차는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받아야 할 돈,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적절한 시기에 개정되지 못한 제도로 포기되고 있는 셈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금을 더 줘야 하는 보험사마저도 찬성한다. 손해율 상승으로 지불되는 비용보다 종이문서 때문에 낭비하는 비용이 더 많아서다. 무엇보다 시대적 흐름도 무시하지 못한다.

비급여 진료 노출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하긴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실현될 수 있는 두 번째 강력한 기회가 올해 다시 찾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6개의 법안이 제출되는 등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금융당국도 이번에야 말로 현실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26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과제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제도 개선을 바라는 국민들의 인식과 의지가 높아졌다. 최초 기회를 놓치고 두 번째 찬스가 온 것이다. 이번을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른다. 정부든 국회는 다른 무엇보다 국민의 권익과 편의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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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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