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현명한 판단" 경고에 長考…이젠 '손태승의 시간'

이복현 "현명한 판단" 경고에 長考…이젠 '손태승의 시간'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2022.11.13 05:20

[이슈속으로]
금융당국 '라임 사태' 중징계로 사면초가
내년 3월 연임 도전하려면 소송 불가피
'소송 말라'는 금감원장 경고 후 신중론
"종합적인 판단 필요" 고민 길어질 듯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장고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포함한 소송 제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데다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9일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 이후 외부 행사와 공개 일정을 일절 삼가고 내부에서 측근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2019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의결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은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소송으로 반전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내년 3월 임기 만료에 따른 연임 도전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금융위의 중징계 확정 이후 소송을 적극 검토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 항소심까지 승소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례처럼 행정소송으로 중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소송을 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이후 기류가 신중론으로 바뀌었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당사자께서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권 핵심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현재로선 소송 대응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DLF(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소홀)와 라임펀드(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위반 등) 사안은 중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과 위반 사항은 다르지만 넓은 의미에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의 감독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DLF는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벌인 송사였던 데 반해 라임펀드 건은 정부(금융위)를 상대로 시비로 다퉈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훨씬 크다. 자칫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DLF 관련 1, 2심 소송에서 승소해 대법원 판단을 앞두로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포기할 경우 DLF 소송의 당위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소송 전문인 한 법조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 소송을 하지 않으면 향후 DLF와 내부통제 등과 관련한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손 회장이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면 된다. 적어도 물리적으로 내년 2월9일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금융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금융위 중징계 결정 이후 금감원장의 메시지까지 나와 소송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과점주주와 사외이사들의 의견도 구하는 등 민영화한 우리금융 지배구조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는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지배구조에 중요한 위기가 온 건 맞지만 이사회가 나서 당장 액션을 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임시 이사회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에는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가, 24일에는 이사회 하루 전 열리는 간담회가 예정돼 있으나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 징계 등과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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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정치부장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 고종석, 코드훔치기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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