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약 2달이 됐다. 아직 시행 초기이고 3개월의 계도기간이 있어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누구보다도 성공적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상황은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경기침체로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터다.
채무자가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상환부담을 떠안게 되면 상환의지가 꺾이고 추심·독촉을 피해 경제활동이 위축돼 장기연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빚 상환을 포기하게 되면 채권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채무자의 소득과 상환능력에 맞게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채무조정제도다.
우리나라에는 공적채무조정제도인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채무조정과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제도 외에도, 사적 채무조정제도로서 연체초기에 유용한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이 있으나 이용이 많지 않다. 이번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를 위해 소액 연체자의 채무조정 요청권을 법제화했다. 공사적 채무조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선제적 채무조정을 통해 더 큰 부실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채권 회수가치도 제고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채무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매각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매각의 이유로는 유동성 확보 외에도 부실채권비율 관리, 충당금적립 부담 등이 언급된다. 이는 채무조정채권이 오랜 기간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매각되면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지 않았음에도 대부업 대출보유자로 인식되어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다른 대출의 만기연장이 거절되거나 이자율이 상승되기도 한다.
또 여러 채무 중 한 채무가 부실화되면 모든 채무를 부실등급으로 관리하는 현 금융환경에서는 채무자가 안심하고 채무조정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 이런 관행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으나 채무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부실채무로 인해 모든 대출에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채무조정 요청권 행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채무자 보호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개인채무자를 보호하고 선제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채권관리 생태개선이 중요한 시점이다. 금융회사와 채무자의 상생을 위해 유인책을 강화하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선 일시적 또는 불가피한 사유로 상환능력이 떨어진 채무자도 고객인 만큼 채무조정을 지원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 채무조정채권은 합리적인 기간 동안 성실 상환하면 정상채권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개선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지만 자금중개 기능 수행도 중요한 과제이므로 지금이라도 두 과제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