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금융의 홈플러스 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회수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수합병(M&A)이 무산되더라도 사회적 파장 탓에 담보권 회수에 의한 자금 회수마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채권과 관련해 법적으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권리행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전국 유통망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담보 처분이 곧바로 실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최근 열린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종원 메리츠금융 CRO는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 전 M&A 방식을 승인했고 매각 주관사 PwC가 인수자를 물색 중"이라며 "9월 말 전후로 매각 방향성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담보 가치는 원리금 상환에 충분해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향후 담보 매각에 따라 충당금과 준비금의 환입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홈플러스 신내점 매각이 완료되면서 515억원이 상환됐다. 이로써 그룹의 홈플러스 대출 잔액은 1조1652억원으로 줄었지만 전체 채권 규모에 비춰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별 점포 매각만으로는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홈플러스 대출 영향으로 메리츠금융의 연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3.2%에서 올해 3월 말 8.9%로 치솟으며 자산건전성 지표에 뚜렷한 부담을 남겼다.
메리츠금융은 단기적 담보권 집행 대신 M&A 성사 여부와 대주주 자구노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회생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회수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충당금 환입 효과가 지연되면 그룹 차원의 유동성 관리와 실적에도 파급 영향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인수 의향자다. 현재까지 홈플러스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대형사인 쿠팡 등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매각 작업이 지연될 경우 회생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금융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서며 방어력을 강화하고 있다. 담보가 충분하지만 사회적 파장과 절차 지연이 맞물리면서 메리츠의 홈플러스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홈플러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전국 123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단축하고 임대료 협상 결렬로 15개 점포를 연내에 조기 폐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