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금 협약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양혁승 새도약기금 대표이사,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장,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우욱현 신협중앙회 관리이사. 2025.10.0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9/2025093014184879227_2.jpg)
금융사의 역할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회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은 사회의 혈관과 같아서 한쪽이 막히면 전체가 병들고 결국 그 부담은 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취약계층과 장기 연체자의 문제 역시 금융사의 손실을 넘어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되기에 이제 금융권이 공적 책무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의 부채 문제는 이제 한 개인이나 한 기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가 됐다. 코로나19, 경기 둔화, 고금리라는 삼중고 속에서 서민과 자영업자의 연체는 늘어났고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채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포용의 가치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출범하는 '새도약기금'은 장기 연체자에게 다시 제도권 안에서 재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제도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열쇠다.
물론 제도를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도덕적 해이'다. '나는 빚을 다 갚았는데, 왜 저 사람만 혜택을 보나'라는 불만, '나만 손해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의 사례를 보면 채무 면제를 악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일자리를 얻고 소비를 늘리며 경제에 기여한 경우가 많았다. 해외 연구 또한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콜롬비아에서 시행된 채무유예 정책은 일시적 구제를 넘어 소비 확대와 금융 안정성 강화라는 장기적 효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핵심은 적절한 제도 설계와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다. 상환능력 심사를 엄격히 적용해 불필요한 면제를 막고 일부 상환이 가능한 경우에는 감면과 장기 상환을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채무 정리 이후에는 금융 교육, 취업 지원,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사후 관리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합리적 소비 습관과 신용관리 능력을 높이고 노동시장 복귀와 생활 안정을 돕는 체계가 마련될 때 새도약기금은 단순한 채무 탕감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고용 유지, 소득 증가, 금융 접근성 개선 등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평가해 실질적 성과를 확인하고 더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
여기서 금융사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장기 연체채권은 금융사의 자산으로도 남아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금융사가 새도약기금과 함께 채권 매입과 조정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금융권 건전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럴 때 금융은 더 이상 단순한 자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위기 속에서 사회적 연대와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주체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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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채무자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것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 빚의 끝자락에서 멈춰 선 이들에게 다시 출발선을 그어주는 것, 그것이 새도약기금이 향해야 할 진정한 목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