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조 서울시금고 둘러싼 신한·우리 경쟁…'승자의 저주' 변수 되나

51조 서울시금고 둘러싼 신한·우리 경쟁…'승자의 저주' 변수 되나

박소연 기자
2026.04.20 10:00
서울시금고 수주전/그래픽=윤선정
서울시금고 수주전/그래픽=윤선정

올해 예산이 약 51조원인 서울시의 차기 금고 수주전 막이 올랐다. 1915년부터 100년 넘게 금고를 지켜온 우리은행이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을 상대로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일 시금고 입찰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설명회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IBK기업은행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다음달 4~6일 제안서를 받고 같은 달 11~15일 PT를 진행한 뒤 5월 중순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시금고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조건 등을 따져보고 입찰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단 방침이다. 현재로선 현 금고지기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과 직전 금고지기인 우리은행의 참전이 유력하며, 국민·하나은행은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단 입장이다. 업계에선 서울시금고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2파전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의 전산 요구사항이 워낙 까다로워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해봤던 경험이 있는 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시금고 검사에서 세출일계표 제출 지연, 이자지급 처리 오류 등 총 21건의 지적사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금고는 올해 은행권 기관영업의 최대어로 꼽힌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만 51조4778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만큼 서울시금고를 운영할 경우 대규모 수신을 유치할 수 있다. 또 국가 수도의 금고를 맡는다는 상징성도 커 브랜드 가치 상승도 기대되기에 은행간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가장 높은 의욕을 보이는 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대한천일은행 시절 경성부금고(현 서울시금고) 업무를 취득해 운영하다 2019년 신한은행에 밀려 서울시 제1금고에서 이탈했고, 2023년엔 신한은행에 제2금고까지 내줬다. 우리은행은 100년이 넘게 이어온 서울시금고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자본력과 내부통제 수준도 이전 입찰 때보다 끌어올린 만큼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구금고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입찰 준비에 돌입했고, 최근엔 TF를 부행장 직속으로 확대해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평가 항목에 따른 다양한 입찰 전략 수립과 평가제안서 작성 등 사전 준비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모아 1, 2금고를 모두 탈환한다는 목표다.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금고 TF를 발족하고 26개부서 총 91명이 투입돼 제안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행적 리소스 파악, 입찰시까지 초격차 IT시스템(案) 마련, 정책연계사업 추가 발굴 등 서울시만을 위한 맞춤형 제안 준비 등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신한은행은 지난 8년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하며 재정적 부담이 작지 않았단 점에서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따내며 출연금 3015억원을 제시했고 전산망 구축 비용으로만 1000억원을 투입했다. 2022년엔 1금고 2511억원, 2금고 153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추가 부담했다. 8년여간 66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사실상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지자체 금고 금리 차이를 지적하며 은행권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앞으로 6개월 후 상황도 예상이 어려워 코로나 때처럼 금리가 떨어지면 금고지기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 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베팅을 할지 등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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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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