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도입땐 자산관리가 관건, 그룹 중심 재편 불가피
신한 등 계열사 협업·통합브랜드 출범… 고객확보 총력

국내 퇴직연금시장이 적립금 55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권의 연금머니를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진다. 증시 호조로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은행과 보험, 증권사가 업권을 넘어 연금고객 확보경쟁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경쟁의 중심도 개별 금융회사에서 금융그룹 단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금융그룹별 적립금 규모는 삼성금융네트웍스가 가장 앞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은 '연금력'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내세우고 모니모란 통합플랫폼을 통해 퇴직연금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
상반기말 기준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3조1774억원으로 지난해말 83조1504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DB형(확정급여형) 적립금이 43조6482억원으로 이 시장을 주도한다. 삼성증권 적립금 규모도 지난해말 21조573억원에서 28조919억원으로 늘어 33.4% 증가했다.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말 대비 40% 넘게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지주들도 계열사간 공동전략을 수립하거나 협업을 통해 연금시장에 대응한다.
신한금융은 최근 '슈퍼SOL'을 통해 계열사간 퇴직연금을 모바일로 통합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직접 자산운용을 하기보다 상품판매에 주력하며 은행과 증권사를 지원하는 등 그룹 내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분위기다. 이같은 전략 덕분에 신한금융의 전체 적립금은 지난해말 61조28억원에서 67조7199억원으로 11.0% 성장했다. 신한은행은 58조8888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하며 개별사업자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신한투자증권도 6조935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조6841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노후 관련 금융과 서비스까지 'KB골든라이프'라는 브랜드로 통합운영하는 KB금융은 2분기 67조5618억원의 적립금을 확보하며 신한금융과 격차를 좁혔다. KB국민은행 적립금은 48조4538억원에서 53조4813억원으로 10.4% 성장했다. 특히 KB증권 연금 적립금은 DC형·IRP에서 모두 대폭 성장하며 1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평소 임직원에게 "금융의 종착지는 연금시장"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연금시장에 힘을 쏟는다. 특히 올해 증시 호황에 증권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미래에셋그룹은 적립금 규모에서 하나금융을 제쳤다. 미래에셋그룹 적립금은 지난해말 43조7058억원에서 올해 2분기 57조6368억원으로 31.9% 증가해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적립금만 보면 38조985억원에서 52조210억원으로 36.5%나 늘었다.
하나금융도 그룹 통합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하면서 시니어 및 은퇴설계, 상속·증여부터 연금시장에 이르기까지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의 적립금은 같은 기간 50조2698억원에서 55조4429억원으로 10.3% 성장했다. 하나금융도 은행과 증권 모두 DC형·IRP를 중심으로 적립금이 고르게 늘었다. 하나은행 적립금은 48조3813억원에서 53조1661억원으로 9.9%, 하나증권 적립금은 1조8885억원에서 2조2768억원으로 20.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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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금융그룹간 퇴직연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과 개인이 각자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의 특정상품을 선택하는 현행 '계약형'에서 벗어나 여러 사업장의 자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장기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앞뒀기 때문이다. 아직 도입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개별상품 경쟁보다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 역량과 고객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갖춘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퇴직연금시장은 개별 금융회사보다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금융그룹의 종합자산관리 역량이 승부를 가르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산관리 역량과 고객 네트워크, 이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갖춘 금융그룹 중심으로 경쟁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