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과 수익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벤처업계에선 새삼 회자된다. 벤처 투자와 벤처 창업 모두 쪽박 찰 확률이 높은 반면 대박을 낼 가능성도 높기 마련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수익을 얻기 위해 모험을 즐겨야 하는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당연히 벤처산업 육성책도 실패의 두려움보다 성공의 결과에 무게를 둔 낙관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도 중요 정책 사안마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장치는 벤처산업의 성장에 제동을 건다. 위험을 줄이되 수익을 높이려는 불가능한 시도의 정황들이다.
대표적인 게 코넥스의 기본예탁금 규정이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이 어려운 벤처·중소기업을 위한 증권시장으로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코스닥이 있는데도 굳이 코넥스까지 만든 건 '옥상옥'이란 비판도 있지만 코스닥 진입을 노리는 60개 기업을 상장, 존재의 이유로 삼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상장기업의 3분의 2는 단 한주도 거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는 셈이다. 기본예탁금(3억원) 규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식을 사고팔려면 3억원이란 '판돈'이 있어야 하니 거래량이 많을 리 없다. 기본예탁금은 코넥스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3억4000만원)과 맞먹을 정도로 과한 수준이다.
참다못한 벤처업계는 기본예탁금을 5000만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감독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해 '개미투자자'의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는 당국의 입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코넥스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거래 활성화 방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년 넘게 장기표류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도 마찬가지다. 식물 국회 탓도 있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안전장치 마련을 둘러싼 당국과 업계의 이견 탓이기도 하다. 보수적이라는 일본마저도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맞춘 새로운 투자금 모집 수단으로 판단, 법제화를 매듭지었다.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현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모든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순 없기 때문에 사후징벌을 엄격히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한 벤처기업인의 비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