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
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의 반도체가 '갤럭시S6'에 탑재되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기업이 스스로를 '고객사'라고 칭하는 모습은 매우 낯설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사와의 거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런 일이다. 관련 내용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일종의 기밀유출에 해당돼 자칫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내부시장(캡티브마켓)에서 거래되는 내용을 두고 '고객사'라는 호칭까지 동원하며 조심스러워 하는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문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독특한 사업구조를 알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완제품과 함께 부품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애플과는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반도체 등 부품에서는 긴밀하게 협력하는 묘한 상황이다.
애플은 한때 반도체 파트너로 삼성전자 대신 대만 TSMC를 선정하는 등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 낮추기를 추진했다. 다분히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의식한 조치였다. 이와 관련 애플은 지난 2년여 동안 특정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겨왔다.
하지만 애플이 올들어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포함해 업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애플에 반도체 납품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애플이 다시 삼성전자와 협력하게 된 배경에는 삼성전자 측이 "부품쪽 기밀이 완제품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은 없다"는 믿음을 애플에게 강하게 심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철저히 분리하는 방식의 독립운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이처럼 완제품과 부품이 조화를 이루는 삼성전자의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덕분에 장비와 부품, 소재 등 중소기업들도 삼성전자를 후방에서 적극 지원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철저한 독립운영체제는 삼성전자 자체의 경쟁력 뿐 아니라 후방산업의 성장이라는 결실도 가져다주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