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 '저가' 중독성부터 벗어나야

[기자수첩]안전, '저가' 중독성부터 벗어나야

신아름 기자
2015.04.14 07:00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최근 방문한 건축자재업체 A사의 단열재 생산공장.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단열재 제품 소개를 마친 회사 관계자가 제품의 성장성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 제품에 비해 좋은 성능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건축시장, 정확히 말해 건설사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기능성 제품에 감탄하고 필요성엔 공감을 하면서도 실제 건축현장에는 선뜻 적용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원인은 가격에 있다. '최저가 낙찰' 방식이 만연한 국내 건축환경에서 건설사들은 시공원가 줄이기에 사활을 건다.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라면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비싼 것보다 값싼 원자재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또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더 아낄 수 있는지에도 골몰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저가' 선호 관행이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1999년 발생한 '씨랜드 참사'부터 올초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에 이르기까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건축구조를 택하고, 값싼 원자재를 써 인명 피해까지 초래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대책이 논의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저가'의 매력이 강한 중독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 업체도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기업인만큼 손해를 보면서까지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값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불량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다.

이 처럼 업계 간 이익이 상충할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총대를 메고 길잡이를 자처해야 한다. 건축물 에너지 및 성능효율은 물론 국민 안전까지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다양한 단열재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게 기준을 세분화하고 적용을 법제화해야 한다. 한번 시공되면 세부적인 스펙을 알 수 없는 건축 원자재의 특성을 감안해 꼼꼼한 사전·사후 품질점검 역시 필수다. 무조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때론 적절한 개입이 사회 안전망을 높이는 지름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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