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계현 기자
2015.06.10 07:00

"사업주가 퇴직금을 줄 때까지 기다려 봐라." "사업주를 찾을 수 없어서 사건을 종결했으니 민사로 해결해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민원을 제기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주로 제시한 해결책들이다. 근로감독관이 이처럼 아르바이트 관련 민원을 빨리 종결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체불금액이 대체로 크지 않고, 맡아 처리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내 근로감독관수는 노동자 1만5272명 당 1명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인이 관할해야 할 사업장의 평균 개수는 2014년 6월 기준 1736개에 달한다.

근로감독관 자리가 고용노동부내 기피보직으로 꼽히는 이유다. 일은 많고, 인기는 없다보니 근로감독관들 역시 일에 보람을 느낄 리 만무하다.

최저임금법 28조는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이 이렇다보니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지난해 근로감독을 통해 △최저임금 미달 820건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 5573건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전체 위반건수의 87.2%가 최저임금 주지의무를 지키지 않은 건에 대한 단속이었고, 이중 0.04%에 해당하는 2건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8년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방문 확률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벌칙 수준의 함수다"라며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측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리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알바생이 넘쳐나는 국내 노동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있는 법의 실효성과 집행을 강화하는 것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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