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대봉그린 화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은 많은 인명피해를 낸 후진국형 화재사고의 전형이다. 싸구려 자재의 대명사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적 결함, 관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겹쳐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화재사고를 뿌리 뽑겠다며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지만, 오히려 관련 업계에선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내놓은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오히려 종전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개정안을 보면 구체적인 기준이 미비해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법 해석과 적용을 가능하다. 사용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농후한 것이다.
우선 애매한 단어 사용이 문제가 된다. 정부는 복합 자재의 난연성능 시험 시 성능을 판단하는 새 기준으로 '관통'이란 단어를 등장시켰다. 관통이란 한 물체(시험용 시편)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불을 붙였을 때 시편이 전부 타 '소멸'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기준보다 한층 완화된 내용이다.
'화재 시 작은 구멍도 용납하지 않는다'정도로 평가기준을 높이지는 못할 망정 관통이라는 말을 사용해 기준의 강도를 낮춘 것은 샌드위치 패널의 품질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새로 신설된 패널의 철판 최소 두께 기준인 0.5㎜도 얼마든지 꼼수를 부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철판이 생철판을 가리키는지 페인트칠을 한 철판을 가리키는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패널의 철판에는 대개 페인트칠을 한다. 이때 페인트의 용량, 칠의 횟수에 따라 철판두께는 얼마든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유통, 시공되는 두께 0.32~0.4㎜의 샌드위치 패널 철판에 페인트를 몇 번 덧칠해 0.5㎜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작업은 이달 말까지 최종적으로 완료돼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샌드위치 패널 기준 개정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업계의 의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