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몫 흥행 대박 별도로 남편 인센티브 이중혜택 금지…투자자 형평성 고려

지난해 흥행 1, 2위를 기록한 영화 '베테랑'과 '암살'은 감독과 제작사 대표가 부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덕분에 제작사는 대박을 터뜨렸고 감독 역시 제작사의 수익 외에도 수억원에 달하는 본인 몫의 인센티브까지 두둑히 챙겼다.
하지만 앞으로 감독과 부인 등 특수관계인이 제작사 경영진이면서 정부 자금인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영화는 감독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없다. 흥행의 과실이 감독에게 과도하게 쏠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 제작시장에서 모태펀드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감독의 인센티브 지급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2일 정부 및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아 '모태펀드 출자 자(子)펀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정부 출자로 조성된 모태펀드는 민간 자금을 유치해 공동으로 펀드(자펀드)를 결성, 중소·벤처기업과 영화·문화산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대상으로 감독이나 감독의 특수관계인이 영화 제작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감독의 인센티브 제공을 금지하도록 했다. 자펀드 위탁운용사인 벤처캐피탈이 해당 영화에 투자할 때 계약조건으로 감독 인센티브 조항을 넣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감독이 제작사를 차렸거나 부인 등 특수관계인이 제작사 대표로 있으면 흥행 수익의 30~40% 가량을 받는데 별도로 연출료와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는 건 지나치다"며 "이 경우 감독 인센티브는 제작사 수익의 일부로 지급해야 다른 투자자들과 형평성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태펀드의 자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영화이면서 감독과 제작사가 특수관계인 경우로만 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전체 영화 흥행 순위 1, 2위에 나란히 오른 베테랑(1341만명·이하 관객수)과 암살(1271만명)은 감독과 제작사 대표가 부부관계이고 감독 몫의 인센티브를 따로 지급했다.
베테랑 제작사인 '외유내강' 대표는 류승완 감독의 아내인 강혜정씨, 암살 제작사인 '케이퍼필름' 역시 최동훈 감독의 아내인 안수현씨가 대표다. 암살의 성공으로 케이퍼필름은 약 30억원의 수익을, 최동훈 감독은 인센티브 몫으로 8억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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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려 제작사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감독이 아예 제작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감독이 관행대로 인센티브를 받으면 이중혜택을 입는 셈이어서 재무적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영화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평균 -7.2%다. 2007년 -40.5%로 바닥을 찍고 2012년(13.3%) 2013년(14.1%) 2014년(0.3%)까지 3년 연속 수익을 낸 후 지난해 손실로 반전했다. 1000만 영화가 늘어나는 가운데 상당수 영화는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모태펀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에는 '감독이나 배우의 인센티브가 본래 목적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영화에 투자 자제를 권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흥행의 과실이 감독·배우 등 특정인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개선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도하다는 기준이 주관적인 데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한 중소 제작사 대표는 "시장에서는 A급 배우의 출연료만 10억원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제재를 가하면 결국 중소 제작사가 배우의 출연료와 인센티브의 부담을 모두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수관계로 묶인 제작사와 감독에 대한 인센티브 금지처럼 좀 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모태펀드의 눈치를 보느라 중소 제작사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