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지인을 만나 웃픈(웃기고 서글픈) 얘기를 들었다. 자신의 친구 자녀가 지방 중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해서 목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학원 레벨테스트에서 떨어져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다는 것. 웃픈 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인이 얘기를 보탠다. 자신이 아는 친구는 목동에 사는데 얼마 전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 학원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역시나 실력 미달로 수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학교의 수준이 다르다고 하지만 공부라는 것이 매 한가지인데 돈받고 애들 가르치는 사설 학원이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시험을 치르고 기준 미달이라며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은 우리나라 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찜찜하다.
지인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소위 교육의 중심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 기자도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에게 나름대로 수학이니, 영어니, 논술이니 다양한 과외 공부를 시키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간접적이나마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밑바닥으로 추락한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보며 과연 우리 아이가 이런 무서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결론은 '그래, 날고 기어봐야 서울대인데 공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로 생각이 정리됐다. 다음날 평소 과학자가 되겠다는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쥐어줬다. '발명왕 에디슨'. 공부를 가르치며 지적할 때 마다 '내가 바보라서 그래'라는 아이의 말이 떠올라 소년 시절 엉뚱한 행동으로 학교에서마저 쫒겨났지만 결국 최고의 발명가 된 에디슨의 일대기가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는 꽤나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창의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듯. 기자가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었는데, 학원 공부보다 100배 나은 가르침을 준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문득 책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나자신 조차도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고 물어보면 부끄러워 입을 땔 수 없다. 실제 기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율은 심각할 정도로 낮다는 사실은 다양한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 가구당 1년 도서 구입 비용이 2만~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1인당이 아닌, 가구당이다.
그나마 학생들의 독서율은 꽤 높게 나오는데 이마저도 학업과 관련된 서적을 읽는 탓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여지껏 나오지 않는 것도 '독서 불감증'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독자들의 PICK!
책이 주는 가르침은 그 어떤 스승의 가르침보다 크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의 경험과 창작성을 녹여 쓴 것이다 보니 책에서 얻는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우연히 저녁에 큰 애, 작은 애와 함께 책을 보다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본 지인들이 '참 보기 좋다'는 얘기를 해준다. '너희 애 공부 잘한다'라는 말보다 이 한마디가 왜 이렇게 뿌듯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