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등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자체의 병실 부족현상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배치를 신속하게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감염병 관련 의료학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전파 상황은 중국을 뒤쫒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코로나19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우한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받기도 어렵고 확진 판정이 내려져도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집에서 자가격리하라고 하는 것은 가장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중증도를 분류해 호흡곤란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중증환자를 우선 병상 배치해야 한다"며 "음압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이동식 기기를 투입해서 일반병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시에서는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74세 신천지 교인 환자가 자가격리 중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실 부족으로 의료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한 첫 사례다.
대구시의 병상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확진환자 1017명 중 입원한 환자는 447명이다. 100여명이 이날 추가로 입원 예정이다. 절반에 가까운 확진 환자가 자가격리 상태인 상황이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선순위를 정해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부터 입원조치를 해야 한다"며 "건강하고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는 의학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를 우선순위로 입원시키지 않으면 중국처럼 입원 대기중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대구·경북처럼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역학조사보다 중증도를 분류해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며 "환자가 적게 발생한 지역은 기존처럼 역학조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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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확진환자 증가로 병상 부족 현상이 현실화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역내 병상만 고집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자가격리보다 전문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시격리시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과장은 "우한 교민 집단수용시설처럼 지역 연수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경험이 쌓인만큼 의료진만 투입하면 1인1실 격리병동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백 과장은 "지역마다 경증환자를 선별해 이곳에 수용하고, 여기서 생기는 병상은 중증,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도 "경증환자는 농구장이나 실내체육관, 코엑스 같은 대형시설을 활용해 배치할 수 있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자가격리는 가족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의 다음 전환점을 의료진 감염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진이 감염되면 병동 폐쇄, 응급환자 치료 실패, 사망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감염에 따른 환자보다 기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악화를 우려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 의료진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이러다 의료진 사망자가 나오면 우한처럼 된다"며 "대구는 이미 우한이 됐고, 수도권도 우한 직전까지 갔다"고 우려했다.
병상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한 사망자가 나오자 정부는 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겸 보건복지부 차관은 "중증도에 따른 분류체계를 어떤 기준으로 할 건지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늘 중에라도 지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