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메디테크' 제주서 개막...교원·학생 창업기업 기술 뽐내
# 초대형 화면에 '3차원 혈관' 영상이 뜨자 객석 앞줄에 앉아 있던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들이 일제히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화면을 올려다봤다. 초음파가 보여주는 회색조 영상 아래로 실핏줄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살아난 모세혈관 지도가 펼쳐졌다. 발표에 나선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원창업기업 비달소닉의 양준모 대표(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기존 내시경은 아무리 확대해도 점막 아래 혈관까지 볼 수 없지만 저희 솔루션은 혈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록빛 조직 사이로 붉은 실핏줄이 입체적으로 떠오르자 객석 곳곳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의료기기·헬스케어분야 기술사업화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위한 '2026 제4회 메디테크(MEDITEK)'가 9일 제주의 메종글래드에서 사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이날 오후에 열린 바이오·헬스케어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 IR(기업설명회)에선 UNIST를 비롯해 GIST(광주과학기술원) KAIST(카이스트) 포스텍(옛 포항공대)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태동한 교원·학생 창업기업들이 무대에 올랐다.

비달소닉은 빛과 소리를 결합한 광음향(光音響) 영상기술을 초음파 미니 프로브에 융합한 비침습 진단기기를 선보였다. 초록빛 초음파 영상이 조직의 밀도를 보여준다면 그 아래 광음향 영상에는 3차원 모세혈관 구조가 세밀하게 나타났다. 양 대표는 "암이 생기면 혈관 신생과 전이가 먼저 나타난다"며 "의사가 놓칠 수 있는 조기 징후를 혈관정보로 앞서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외진단기기에 머물러온 기존 광음향 스타트업과 달리 내시경에 초점을 맞춘 세계 최초의 회사"라며 다수의 특허와 자체 생산전략도 소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GIST 교원창업기업 테디메디의 김태 대표는 불면증 환자를 진료하던 정신과 의사 출신이다. 그는 "환자를 보면서 부딪친 문제를 풀 방법이 없어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다"며 이마에 착용하는 웨어러블기기 '수면왕관'을 소개했다. 수면신호를 조절해 숙면을 유도하는 장치다. 김 대표는 '약물 없이, 잠들기 위한 부가적인 노력 없이, 교체할 부품 없이'라는 3가지 제품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발표 닷새 전 정신의학분야 상위 1% 저널인 '몰레큘러 사이키아트리'에 논문게재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5년에 걸친 연구의 결실이다.
임상결과도 제시했다. 무작위 대조임상에서 불면 심각도는 26%, 수면불편지수는 약 30% 떨어졌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6.6분 단축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진짜 기기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치료군이 대조군보다 8.4분 더 빨리 기기를 벗고 잠들었다"며 "그만큼 빨리 졸음을 느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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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용매를 쓰지 않는 기상증착(iCVD) 방식으로 만든 차세대 세포배양 플레이트를 개발한 KAIST 학생창업기업 제오코트, 간암 항암·재생을 위한 3D 바이오프린팅과 장기 유래 바이오잉크를 개발한 포스텍 학생창업기업 에드믹바이오 등이 무대에 올라 기술력을 뽐냈다. IR 발표를 지켜본 용홍택 메디테크 조직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기술들은 하나같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준이지만 결국 관건은 실험실의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사업화로 연결하느냐"라며 "메디테크가 그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