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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진출 계획을 전면 폐기했습니다. 우선 싱가포르와 다른 지역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
"중단했던 구글 광고를 다시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아시아 시장에 제대로 진출해 보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에 가려고 했지만 미국으로 바로 진출해 빠르게 검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신동민 아뮤즈8 대표)
지난 16~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2026 창구 이머전 트립'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현지에서 구글 측 전문가와 현지 VC(벤처캐피탈) 및 이용자들을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 뒤 이 같은 의사결정의 변화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창구 프로그램은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창업'과 '구글플레이'의 앞 글자를 따 2019년 출범했으며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이머전 트립은 창구 프로그램 참가사와 졸업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된 글로벌 연수 과정이다. 2023년 일본을 시작으로 2024년 싱가포르, 지난해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진행됐다.
이머전 트립 참가 스타트업들의 사업 전략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이벤트는 올해 이머전 트립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FGI(표적집단면접)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들은 앱을 미리 사용해 본 싱가포르 이용자들과 FGI를 진행하며 이들의 결제 습관과 투자 성향,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색상 체계 등 검색이나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었다.

쇼핑 영수증 기반 리워드 서비스 '영끌'을 운영하는 팀리미티드의 경우 첫 해외 진출지로 검토한 곳은 인도네시아였다.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장보기와 쇼핑이 일어나는 만큼, 확보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의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먼저 선점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지 구글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이용자 확보가 가능하더라도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화할 수 있는 사업적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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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혁 대표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인 만큼 소비자 접점이 중요해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을 짜고 있었다"며 "여러 구글러와 이야기해 보니 이용자 확보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폭이 상당히 좁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동남아시아의 높은 현금 사용 비중과 영수증 발급 환경도 고려 대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영수증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전통시장에서는 구매를 증명할 영수증 자체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온라인 결제 비중이 높아 쿠팡·컬리 등 온라인 구매 데이터까지 확보해 온 팀리미티드의 경험을 적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이에 싱가포르에서는 오프라인 영수증보다 온라인 구매 데이터부터 확보하는 방향으로 순서를 바꿨다.
배 대표는 "현금을 쓰더라도 편의점처럼 영수증을 발급하는 곳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 로컬 시장에서는 영수증이라 할 만한 것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선 온라인 구매 데이터부터 접근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K팝 댄스 게임 '스파키'를 운영하는 데브언리밋은 중단했던 퍼포먼스 마케팅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시아 이용자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기존 가설도 수정했다.
스파키는 듀오링고가 게임 요소를 활용해 언어 학습을 돕는 것처럼 K팝 안무를 게임 방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모션 트래킹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안무를 따라 했는지 분석한다.
정규민 대표는 당초 K팝 인기가 높은 동남아시아가 스파키에 적합한 시장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자연 유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프랑스 등 북미·유럽 이용자가 더 많았다.
정 대표는 "미국과 유럽 이용자들은 춤을 배우는 데 열려 있고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아시아 이용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현지 데이터와 광고 사례를 확인하면서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구글이 소개한 앱 캠페인과 가치 기반 광고 도구도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줬다. 데브언리밋은 기존에 구글 광고 집행을 중단할 정도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회의적이었지만, 국가와 앱 유형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접한 뒤 다시 광고를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는 이용자 수에 비해 구매율이 낮다는 통념과 달리 싱가포르와 태국 등 일부 시장에서는 웰니스·헬스 분야의 높은 구매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구글 팀이 앱별·국가별로 데이터를 세분화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서 아시아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다"며 "퍼포먼스 마케팅을 다시 하고 아시아 시장에도 제대로 진출해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 뉴스 큐레이션 앱 '월월'을 운영하는 아뮤즈8은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려던 단계적 전략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지 VC와의 오피스아워를 거치며 미국에서 바로 서비스를 검증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판단했다.
월월은 해외에서 한국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AI(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앱이다. 자체 선정한 49개 신뢰 매체를 1차로 필터링하고, 매체 간 교차 검증을 거쳐 핵심 내용을 60초 분량의 영상 브리핑으로 제공한다.
서비스명에는 월스트리트의 '월(Wall)'과 만리장성(Great Wall)의 '월'을 결합해 미국과 중국 시장을 함께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뮤즈8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사회초년생의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현지 진출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신동민 대표는 "당초 싱가포르 시장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려 했지만 VC 세션을 듣고 미국으로 바로 가서 빠르게 검증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현지 이용자들이 미국 주식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동 중 세로형 숏폼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며, 영상 소재에 따라 콘텐츠 성과가 크게 갈린다는 점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월월은 현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시장 이슈를 제공하는 기능을 구상 중이다. 주가 차트 옆에 과거 가격 변동을 일으킨 사건과 현재 발생한 이슈를 함께 배치해 이용자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현지에서 확인했다"며 "영상 중심 콘텐츠의 유행이 이어지고 있고 이동 중에도 숏폼을 계속 확인한다는 점, 특히 세로형 숏폼의 소재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데이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AI 기반 셀프케어 앱 '마이모리'를 운영하는 너티코드는 마음 건강과 상담에 대한 동남아시아의 인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이모리는 이용자와 대화하며 일기 작성을 돕고, 작성된 기록을 전 세계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AI를 통해 언어 장벽을 낮춰 서로의 하루를 읽고 답장을 주고받게 한다.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는 한국의 젊은 세대처럼 동남아시아에서도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지 이용자들은 상담을 받거나 자신의 마음 문제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에 여전히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파악했다.
유 대표는 "한국에서는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상담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터부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도 비슷할 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다"며 "그런데 현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상담 전화 이용에도 여러 우려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너티코드는 기존에 유입이 많은 인도네시아 이용자를 집중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글 전문가들의 국가별 분석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태국이 현재 서비스에 더 적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공략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유 대표는 "구글링하거나 AI에 물어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며 "현지인에게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이번 이머전 트립에서 얻을 수 있었고 사업 전략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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