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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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R&D 예산은 약 39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이 같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출연연과 대학에선 해마다 수만 건의 연구성과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 성과가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져 매출과 일자리를 만드는 사례는 드물다. 기술이전이나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투자 유치와 시장 진입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원사업 1330개·기술지주 100곳, 성과는 미미━
공공기술 사업화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원사업은 넘쳐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팀이 2000년 이후 정부 예산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확인된 기술사업화 지원사업만 1330여개에 달했다. 정부가 공식 지정한 기술지주회사도 100여곳에 이른다.
그런데도 사업화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수정 STEPI 시스템혁신본부장은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키운다면서 정작 이들을 육성하는 기술지주회사 중에는 왜 유니콘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술 사업화가 어려운 핵심 원인으로 지원 체계의 '분절'을 꼽는다. 대학이 대표적이다. 기술이전은 산학협력단, 창업은 기술지주회사, 창업보육은 창업지원단이 각각 맡는다.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학내에 중복 운영되면서 인력과 예산이 분산되는 구조다. 기술이전 조직은 창업에 익숙하지 않고, 창업 지원 조직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성과를 내기 힘들다.
출연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공백이 큰 구간은 특허 등 연구성과를 확보한 이후 실제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다. 이 단계에서는 PoC(기술실증)와 인증, 시장 검증, 사업모델 설계, 창업팀 구성, 투자 연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주체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지원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딥테크는 실험실 기술이 상용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반면 정부 지원사업 대부분은 1~2년 단위의 소규모 과제로 운영된다. 장기간의 기술 검증과 시장 개척이 필요한 딥테크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술 중개가 아닌 사업화 실행 주체━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COMPA)은 올해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를 도입하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연세대기술지주 등 3곳을 지정했다. 이들 기관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매년 30억원씩, 총 150억원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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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컴퍼니빌더(창업기획사) 10곳을 포함해 총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NEST(Network for Expansion in Science & Technology Transfer) 협의체'도 출범했다. 컴퍼니빌더에는 서울대·고려대·부산대·경북대기술지주와 광주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 한양대 ERICA 기술지주, 에트리홀딩스, 키스트이노베이션 등이 참여한다.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 3곳이 협의체 회장단을 맡아 공동 투자와 공동 기획창업 등을 추진한다.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는 기술을 기업에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기존 기술중개기관과는 다르다.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직접 발굴하고 시장 검증과 사업모델 설계를 거쳐 법인 설립까지 주도한다. 이후 창업팀을 구성하고 투자 유치와 기업 성장을 지원한 뒤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회수한 자금은 다시 새로운 기술사업화에 투입한다. 기술의 발굴부터 투자 회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실행 주체인 셈이다.
━공공기술 사업화 판 바꿀 시험대━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 세 기관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차별화된 사업화 모델을 가동한다. 먼저 딥테크 전문 투자사인 블루포인트는 대학·출연연의 기술 보유자와 대기업, 투자자, 시장 전문가를 초기 단계부터 한자리에 모으는 '아젠다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벤처스튜디오 방식의 컴퍼니빌딩을 통해 기술과 시장을 양방향으로 연결하고, 유망 기술의 사업화와 창업을 직접 이끈다는 전략이다.
포트폴리오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을 넘는 KST는 교육부터 시장 검증, 기획창업, 투자와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창업 공장'을 가동한다.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의 창업교육, 텍스코어(실험실창업혁신단)의 시장 검증,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함께하는 딥테크 기획창업 챌린지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연세대기술지주는 대학 간 공동 자회사 모델을 추진한다. 최근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으로 다른 대학이나 출연연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한 기술이전과 창업이 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대학 최초의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를 표방해 온 연세대기술지주는 이번 제도 변화를 계기로 대학 간 기술과 자원을 결합해 사업화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공공기술 사업화의 판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공공기술 사업화의 병목은 기술이 아닌 랩 투 마켓(Lab to Market) 즉 기술을 시장으로 잇는 역량"이라며 "사업화 이전부터 전문 조직이 참여해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면 기업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등 칸막이를 허문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