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C부터 자금줄 메말라…韓 딥테크 키울 '큰손'이 없다

시리즈C부터 자금줄 메말라…韓 딥테크 키울 '큰손'이 없다

송정현 기자
2026.09.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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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딥테크 스타트업 시리즈 C→D 전환율 18.2%, 美는 38.3%
'허브 VC' 부재…다양한 투자자 잇는 국내 공동투자 네트워크 취약
美 대형 VC·기관·국부펀드 '공동투자'…딥테크 성장기업에 장기자본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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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주년 컨퍼런스에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미 벤처투자 비교 자료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정현 기자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주년 컨퍼런스에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미 벤처투자 비교 자료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정현 기자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투자 병목이 초기보다 중·후기 단계에서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기 단계에서는 자금 공급이 비교적 활발하지만, 딥테크 기업이 성장할수록 다음 투자 라운드로 넘어가는 비율은 미국에 크게 못 미쳤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딥테크 기업의 후속투자를 주도하고 다른 투자자까지 끌어들일 '허브 VC'가 국내에 부족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21일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에 따르면 김진영 자본연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주년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 콘퍼런스에서 한·미 딥테크 스타트업의 투자구조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이 올해 7월16일까지 축적된 프레킨(Preqin) 전체 표본을 분석한 결과, 딥테크 스타트업의 투자 건수 기준 후속투자 전환율은 시리즈 B→C에서 한국 30.8%, 미국 41.8%였다. 시리즈 C→D에서는 한국 18.2%, 미국 38.3%로 격차가 2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딥테크 분야에서 이같은 후속투자 절벽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는 임상·규제 검증, 우주·방산은 정부 수요와 인증, 첨단컴퓨팅은 높은 기술 불확실성과 연산비용 등을 감당해야 해 성장 과정에서 자금줄이 끊기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기 어렵다.

한국·미국 투자 단계별 후속투자 전환율/그래픽=김다나
한국·미국 투자 단계별 후속투자 전환율/그래픽=김다나
美 후기투자 이끄는 '허브 VC'…韓은 연결고리 약해

허브 VC의 정의 및 역할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허브 VC의 정의 및 역할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김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간 격차의 배경 중 하나로 후속투자 신디케이션(공동 투자)을 주도하는 '허브 VC' 부재를 꼽았다. 딥테크 스타트업 경우 한 곳의 VC가 수천억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두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한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대형 VC가 중심이 돼 다른 VC·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후기 단계로 갈수록 대형 VC를 중심으로 공동투자 네트워크가 형성된 반면 한국은 투자자 간 연결과 중개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딥테크 후기투자에 참여하는 자본의 다양성도 차이가 났다. 미국은 VC뿐 아니라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전략적 투자자(SI), 자산운용사·PE·국부펀드 등 다양한 자본이 성장기업에 투자한다.

실제로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국부펀드·비영리기관 기금·기업(SI) 등 비전통적 투자자가 참여한 거래는 미국 전체 VC 거래의 약 30%였지만 투자금액의 83%를 차지했다. NVCA는 이들이 투입한 자금을 최소 800억달러(약 111조원), 실제로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했다. 약 700억달러 규모인 유럽 전체 VC 시장보다 크다.

일례로 AI 딥테크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다양한 투자자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시리즈 A~C에서는 멘로벤처스·스파크캐피탈 등 기술 전문 VC가 주로 투자했지만, 이후 아마존·구글이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시리즈 F부터 블랙스톤 등 자산운용사와 GIC·카타르투자청(QIA)·테마섹 등 국부펀드, 연기금까지 참여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후속투자 절벽에 대한 해법으로 후속투자에 적극적인 VC에 정책자금을 집중하고 CVC·대형 기관·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업의 성장 단계와 특성에 맞춰 자금 공급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인프라 구축 단계의 기업에는 지분투자뿐 아니라 정부 보증과 저리대출 등 비지분성 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회수시장 확대도 과제로 꼽았다. 세컨더리·바이아웃·준유동펀드 등 중간 회수수단을 활성화해 기존 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돕고, 이를 다시 장기투자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앤트로픽 성장 단계별 투자자 구성. 자료출처=자본시장연구원/그래픽=챗GPT
앤트로픽 성장 단계별 투자자 구성. 자료출처=자본시장연구원/그래픽=챗GPT

국내 VC 계약 관행·짧은 펀드 만기…후속투자 이끌 '허브 VC' 성장 막아
(왼쪽부터 순서대로) 윤영진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민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자본연 29주년 컨퍼런스에서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정현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윤영진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민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자본연 29주년 컨퍼런스에서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송정현 기자

이날 패널토론에서도 허브 VC가 성장하기 어려운 국내 벤처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이사)은 투자계약 관행과 펀드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VC와 기업이 개별적으로 계약해 투자자마다 권리와 의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미국은 투자자 간 계약을 통해 이를 조율해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라운드에도 함께 참여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짧은 펀드 만기도 걸림돌이다. 초기 투자 후 3~4년 뒤 대규모 후속투자가 필요해져도 기존 펀드의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벤처펀드를 대형화하고 운용기간도 늘려 기존 VC가 투자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회수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강 대표는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이를 회수할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IPO(기업공개)에 편중된 회수 경로를 M&A(인수합병)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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