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수 신임 한국은행 부총재가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를 올리면 정책적으로 효과를 내는 부분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인지,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인지에 대해선 "데이터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하겠다"고 했다.
권 부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찾아 "성장세와 물가를 모두 감안해야 하고 금융안정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어느 하나를 딱 찍기보다는 균형 있게, 신중하면서도 필요하면 유연하게 정책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오는 27일에도 '백투백' 인상에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권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처음 참석한다.
권 부총재는 자신의 통화정책 성향을 묻는 말에 "아직 매나 비둘기로 결정짓고 싶지 않다"며 "상황이나 데이터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6개월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점도표에 대해서도 "다음주 월요일부터 회의에 참석해 금통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생각을 정리해 잘 찍어보겠다"고 말했다.
권 부총재는 앞서 취임사에서도 "신중하고 유연한 정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호조로 성장세는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물가는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고,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금융 불균형 위험도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통상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을 고려하면 방향 자체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권 부총재는 "주식시장이 좋고 경상수지 흑자도 큰데 그동안 단기 자금 흐름이 환율을 지배했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하향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중동 전쟁 등 여러 대외 변수도 많다"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환율을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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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컸던 원인으로는 국내 경제와 기업 규모에 비해 금융시장 규모가 작은 점을 꼽았다. 권 부총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이 경제 규모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비해 작은 것 같다"며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고 그 첫 번째가 원화 국제화"라고 말했다.
이어 "9월부터 원화 결제망을 시범 운영하고 24시간 외환시장도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도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은 만큼 시장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관련해서는 "걸림돌이 상당히 많이 해소됐다"며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성과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부총재는 유상대 전 부총재의 후임으로 전날 임명됐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권 부총재는 1970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한은에 입행한 뒤 외화자금국과 외자운용원 등을 거쳤으며 외환·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