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은 늘었는데 식탁은 그대로…우리밀 살릴 '시장'이 없다

밀밭은 늘었는데 식탁은 그대로…우리밀 살릴 '시장'이 없다

구례(전남), 광주=이수현 기자
2026.10.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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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에서 장종근 대표이사가 우리밀로 만든 빵을 선보이고 있다. 목월빵집은 직접 재배한 국산 밀을 활용해 통밀빵 등 다양한 빵을 만든다./사진=이수현 기자
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에서 장종근 대표이사가 우리밀로 만든 빵을 선보이고 있다. 목월빵집은 직접 재배한 국산 밀을 활용해 통밀빵 등 다양한 빵을 만든다./사진=이수현 기자

지난 2일 찾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목월빵집'. 평일 낮인데도 빵을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진열대에 갓 나온 빵이 채워지면 손님들이 하나둘 골라 담았고, 인기 있는 빵은 금세 동이 났다.

목월빵집은 국산 밀을 손수 길러 통밀빵 등 식사용 빵을 만드는 곳이다. 2016년 문을 연 뒤 우리밀 빵을 찾는 손님이 늘자 밀을 직접 키웠다. 10년간 빵이 팔리는 만큼 밀을 심고, 수요가 늘며 수확량도 함께 늘려왔다.

국산 밀 산업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우리밀은 생산보다 수확 이후가 훨씬 어렵다. 제분업체·식품기업이 사들이지 않으면 재고로 남고, 쌓인 재고는 다음 해 생산을 위축시킨다. 판로를 찾지 못하면 결국 정부 수매에 기대게 된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국산 밀은 40년 넘게 시장의 비주류에 머물렀다. 쌀 다음가는 주식이지만 자급률은 여전히 1%대다. 많이 심는 것만으로는 우리밀 산업을 키우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팔리는 밀을 만든다…현장에서 찾은 우리밀 소비의 조건

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에 놓인 제분기. 목월빵집은 직접 재배한 밀을 활용해 우리밀 빵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에 놓인 제분기. 목월빵집은 직접 재배한 밀을 활용해 우리밀 빵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에는 수요에 맞춰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 소비를 어디서 얼마나 끌어낼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생산 확대에 비해 소비시장 육성은 더뎠고, 일부 현장은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는 방식을 직접 찾아냈다.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이사는 국산 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재배를 부탁했다. 아버지가 키운 우리 밀 품종인 '황금알밀'과 '아리흑밀' 등을 공급받아 식사빵과 치아바타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쓰는 우리밀은 연간 100t(톤)에 이른다. 5톤 트럭 20대 분량의 밀을 한 빵집이 1년에 소비하는 셈이다. 고객의 90% 이상이 외지인으로, 여행 중 들른 뒤 택배로 다시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는 20㏊ 이상 생산단지와 제분시설을 갖춰 지역에서 키운 밀을 직접 빻아 빵으로 만들 계획이다.

장 대표이사는 "밀마다 반죽과 제조법을 달리해 식사빵을 만들고 고유한 맛을 살렸다"며 "우리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게 하기보다 소비자가 다시 찾을 맛과 식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 매장에 우리밀로 만든 빵들이 진열돼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2일 전남 구례 목월빵집 매장에 우리밀로 만든 빵들이 진열돼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하지만 판로가 생겨도 국산 밀 사용이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우리밀 제품이 되려면 품질과 가공 특성을 맞춰야 한다.

같은 구례에서 우리밀 국수를 판매하는 음식점 '운봉'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밀 생산단지가 있는 구례에서 나고 자란 이광석 운봉 대표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고민하다 흑돼지와 국수를 결합했다. 국수 역시 구례에서 생산한 우리밀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수입밀 국수보다 면이 쉽게 끊어져 반응이 엇갈렸다. 우리밀은 생산지와 품종, 작황에 따라 특성 편차가 큰 데다 제분 과정에 따라서도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면이 왜 이렇게 끊어지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제분 방식에 따라 같은 우리밀도 면의 탄력과 끊어짐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원료와 제분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2일 전남 구례 운봉에서 우리밀로 만든 국수 메뉴를 손님상에 내고 있다. 운봉은 구례에서 생산한 우리밀을 활용해 국수를 만든다./사진=이수현 기자
2일 전남 구례 운봉에서 우리밀로 만든 국수 메뉴를 손님상에 내고 있다. 운봉은 구례에서 생산한 우리밀을 활용해 국수를 만든다./사진=이수현 기자

우리밀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판매처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광주 서구 '천원국시'는 공공 영역에서 소비 접점을 넓힌 사례다. 저렴한 한 끼로 소비자가 우리밀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곳에선 노인과 임산부, 어린이 등에게 1000원에 국수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용객을 늘리는 것과 지원 없이 지속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박지영 광주서구시니어클럽 실장은 "우리밀을 쓰기 전 수입밀로 만든 대기업 국수를 사용할 때와 비교하면 면 원가만 거의 2배 차이가 난다"며 "보조금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워 노인일자리 사업비와 자치구의 원재료비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1.7배 늘었지만 소비는 제자리…2차 계획, 시장 확대가 관건

이들 사례는 우리밀 소비를 늘리려면 보다 정교한 시장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다시 찾을 품질과 가격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일회성 소비가 지속적인 수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밀 재배면적은 2020년 5200㏊에서 2025년 9100㏊로 약 1.7배 늘었다. 제1차 기본계획을 통해 생산 기반은 늘어났지만 수요를 함께 넓히지는 못했다.

특히 균일한 품질의 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2차 계획은 품질 중심 생산단지 지원과 블렌딩 확대, 제분비 지원 등을 통해 가공업체의 국산 밀 사용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9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천원국시에서 우리밀로 만든 건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원국시는 우리밀을 활용해 국수를 만들어 판매한다./사진=이수현 기자
지난달 9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천원국시에서 우리밀로 만든 건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원국시는 우리밀을 활용해 국수를 만들어 판매한다./사진=이수현 기자

다만 지원이 지속적인 사용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품질 편차와 원료 가격, 가공비 부담에도 국산 밀을 선택할 유인이 있어야 실제 수요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다시 찾을 가격과 맛을 갖추는 것도 과제다.

정부가 수요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국산 밀 소비를 늘리려면 가격·품질 개선과 함께 소비자가 쉽게 접하고 가공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통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9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천원국시에서 우리밀로 만든 국수를 손님상에 내고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지난달 9일 광주 서구 상무2동 천원국시에서 우리밀로 만든 국수를 손님상에 내고 있다./사진=이수현 기자

임철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명예연구관은 "소비자들은 우리밀 제품이 있어도 어디서 파는지 몰라 못 사고, 가공업체는 포대마다 품질 특성이 달라 쓰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명맥을 잇는 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운동 차원만으로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농협이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게 하고 대기업과 식품업체가 실제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유통과 가공 단계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역시 생산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품질과 가공·소비 기반을 함께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정혜련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균일한 품질의 밀 생산·유통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생산단지 육성과 블렌딩 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단체급식 등 대량 수요처 발굴도 지속하고 있다"며 "균일한 품질의 국산 밀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국산 밀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가공·식품업체의 소비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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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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