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서 시작한 인기가 음악을 넘어 패션과 뷰티, 푸드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기술의 발전은 K컬처의 표현 방식과 산업적 가능성을 넓히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문화와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가운데, 콘텐츠의 본질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동행미디어 시대가 주최한 시대포럼 'K컬처 X 테크 :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열린 논의를 통해 K컬처의 미래를 확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병상 동행미디어 시대 대표의 개회사, 홍선근 동행미디어 시대 회장의 감사 인사로 시작한 행사는 1·2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의 기조연설과 AI 기반 영상 창작의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2부에는 K팝이 이끈 문화적 흐름이 라이프스타일·뷰티·피지컬 AI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하는 양상과 전망에 대한 문화계 리더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홍 회장은 1990년대 가요계에 아이돌 발굴 시스템이 등장한 이후 약 30년간 K팝이 이뤄낸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한때 한류라고 불렀고, 이제는 K컬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 소중하고 커다란 흐름의 맨 앞에 바로 K팝이 있었다"며 "콜럼버스의 달걀을 떠올리게 된다. 지나놓고 보면 쉬운 듯하지만 당시로선 엄청난 통찰과 창조성, 용기가 필요한 시도였다"고 가치를 조명했다.
K팝은 이제 음악의 경계를 넘어섰고, K패션·K뷰티·K푸드 등 'K'는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 매력적인 이름이 됐다. 홍 회장은 "한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경험 전반을 포괄하는 K컬처로 자랐고, 문화가 국가 브랜드를 만들고 국가 브랜드가 우리 상품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며 K팝으로 시작된 문화적 영향력을 언급했다.
이 같은 산업적 토대를 마련한 주역으로 홍 회장이 조명한 인물은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다. 이 프로듀서는 1995년 에스엠을 설립해 K팝 아이돌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는데, 지난 2023년 A2O엔터테인먼트를 새롭게 세우고 최근 보이그룹 A2O 소울과 걸그룹 A2O 라이트를 선보였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아티스트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며, 여전한 K팝 제작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오병상 시대 대표, 신재하 APR 부사장, 세실리아 센 유토파이 스튜디오 CEO, 이수만 A2O 키 프로듀서, 홍선근 시대 회장, 김그륜 감독, 윤상보 갤럭시코퍼레이션 부사장, 이승진 무신사 부사장 / 제공=동행미디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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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듀서는 1부 기조연설에 나서 음악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넓혀온 과정을 소개했다. 그가 에스엠을 이끌던 시절부터 강조하던 개념은 CT(Culture Technology)다. 16년 전 아시아 최초로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해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등의 뮤직비디오에 활용했다.
이후에도 고민을 거듭했고, 오늘날 신기술 4DGS(4D Gaussian Splatting)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4DGS는 다수의 카메라로 실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기록하고, 이를 시간과 공간을 가진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이 프로듀서는 "카메라가 촬영하지 않은 시점, 영상에 존재하지 않은 시점과 존재를 4DGS는 가능하게 한다. 다수의 카메라로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촬영하고 데이터를 공간으로 저장한다. 그 공간에 일어났던 어떤 일도 보여줄 수 있다"며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DGS가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넘어 미래 AI와 로봇의 학습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초지능을 넘어서는 AI가 로봇의 몸을 갖게 되면 새로운 종의 등장을 마주할 수 있다며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AI가 창작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이 프로듀서는 "AI가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느 때보다 지혜가 중요하다. 그 기술을 어떻게 존재하게 하고, 어떻게 사용되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 자체가 좋은 콘텐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기술에만 치중하다 음악의 본질을 잃는 것을 경계한 것. 이 프로듀서는 "K팝을 처음 시작했을 땐 음악을 어떻게 비주얼라이징할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K팝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퍼포먼스와 비주얼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보는 것에 너무 집중하면서 음악 자체를 듣는 즐거움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전했다.
A2O 소울의 'Superstar'와 A2O 라이트의 'NEON'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듣기만 해도 좋고, 보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다"며 "익숙한 방식으로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K팝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곡이었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롭고 달라야 하지만, 먼저 좋다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컬처와 테크놀로지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 프로듀서는 현재 AI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다. 우선 AI 아티스트 아담 밴드를 제작 중인데 "AI로 만들어진 존재가 많아질수록 실제 인간 셀러브리티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AI 아바타를 통해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을 지원하는 플랫폼 블루밍톡도 소개했다.
이후 발표에서는 다양한 문화계 관계자들이 나와, K컬처와 연관 산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로벌 AI 영상 전문 기업인 유토파이 스튜디오의 세실리아 센 대표는 결말, 전개 속도 등 관객의 취향을 반영해 콘텐츠 자체가 바뀌는 것을 예로 들며,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김그륜 감독은 AI 시대에 창작과 콘텐츠 제작 방식이 변화하면서 창작 활동의 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지드래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윤상보 부사장이 최근 서울 강동구에 조성한 로봇파크와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K뷰티 기업인 APR의 신재하 부사장은 테크 혁신을 통한 K뷰티 패러다임 확장에 대해 이야기했고, K패션·뷰티 브랜드 무신사의 이승진 부사장은 K컬처가 연 K라이프스타일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며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논의했다.
한편 시대는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을 모토로 숙의 미디어를 지향하며 새로운 저널리즘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