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청춘의 쳇바퀴

"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청춘의 쳇바퀴

정현수 기자, 최민경 기자, 김온유 기자, 김서현 기자
2026.10.2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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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왜 좌절하나]④

[편집자주]  청년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취업난과 자산 격차, 주거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한국 청년들은 구직과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분노와 타협, 우울을 반복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와중에 발생한 거리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6.10.19. /사진=민경찬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와중에 발생한 거리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6.10.19. /사진=민경찬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청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항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거리로 나서는 대신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취업과 자산 형성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단순히 좁은 취업문과 높은 집값 장벽이라는 현실만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력해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이면 좌절은 분노로 바뀐다. 이른바 '한 방'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그마저 성공하기 어렵다면 무력감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5단계 모델인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에 빗대어 살펴볼 수 있다. 청년들의 삶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기존 성공 경로를 믿고 따르던 청년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부정 : "성실히 살면 되겠지"… 무너진 사다리 앞 첫 번째 착각

청년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 자산 격차와 일자리 가뭄이라는 장벽에 마주한다. 하지만 암울한 현실을 인정하긴 어렵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성실하게 일하고, 그러다 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한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부정하는 단계, 혹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단계다.

높은 대학 진학률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76.3%다. 1980년에 11.4%에 머물렀던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15년(67.9%)과 비교해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기성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지금의 청년들도 따르고 있다는 의미다.

◇분노 : 높아진 문턱과 뛰어오른 월세… 분노로 변한 좌절감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고용 시장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줄며 4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17만명 감소했다. 60대 이상 취업자가 17만2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 고용률도 1년 전보다 1.1%p(포인트) 하락한 44.0%로 집계됐다.

주요 청년 고용 지표/그래픽=이지혜
주요 청년 고용 지표/그래픽=이지혜

취업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첫 취업에 걸린 기간은 2010년 9.5개월에서 올해 11.2개월로 늘었다. 취업이 늦어지다보니 졸업도 늦춘다. 대학 졸업에 걸린 기간은 같은 기간 48개월에서 53.7개월로 증가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에서 최근 상황을 두고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채용 방식도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신규 채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기 공채만 실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0.2%에 그쳤다. 신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이 꼽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상을 "근로자 측면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비경력자를 교육·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취업난은 단순히 소득을 얻기 어려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구하고 소득을 쌓아 집과 자산을 마련한다는 삶의 경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청년가구는 2023년 기준 31.6%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 평균(15.8%)의 두 배를 웃돈다.

2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그래픽=이지혜
2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그래픽=이지혜

월급을 받아도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하면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그 사이 집값이 오르고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출발선마저 달라지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취업과 소득, 주거와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청년들의 좌절감은 분노로 바뀐다.

◇타협 : 코인… 위험한 '사적 타협'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운 청년들은 '한방'을 노리고 가상자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비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30대 계정은 548만개다. 해당 연령대 주민등록인구와 비교할 때 44%에 이른다.

누적 가입 계정이 1326만개라는 걸 감안하면 청년층의 참여 비율이 두드러진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산을 불릴 새로운 기회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투자로 자산 형성에 성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현실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사적 타협이지만, 오히려 좌절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울·수용 : 노동시장에서 지워지는 청년들'… 냉소적 수용의 시대

타협에 실패한 분노는 집단적 우울과 냉소적 수용으로 바뀐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36만4000명이다. 올해 1분기 45만2000명과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고 쉬는 사람이다. 자발적 저출산으로 대응하는 이들도 있다. '출산 파업'의 형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운동 자체도 낙관적인 기대가 있을 때 할 수 있는데, 한국의 청년들은 그럴 여력조차 없는 것"이라며 "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와 우울증 급증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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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최민경 기자

경제부에서 한국은행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입니다.

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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