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를 놓고 시행령 개정과 기존 제도 보완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별도 특례 입법뿐 아니라 현행 제도를 활용해 기업의 근로시간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보면서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해 기존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시행령 수정과 절차 간소화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관련 검토를 주문하면서 이어졌다. 당시 박건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핵심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법률로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기존 제도의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이 있는지 논의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추가 노동에 대한 할증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침해를 막을 수 있도록 근로시간에 일정한 한계를 둘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제도 개선 가능성을 살펴보는 동시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도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로시간 특례의 필요성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고, 현장에서 제기된 애로사항을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
국회에서는 초광역특구법에 주 52시간제 특례를 담는 방안을 놓고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입법 논의와 기존 제도 개선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면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기술 경쟁에 대응하려면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과근로 보상과 건강권 보호라는 두 원칙을 어떻게 제도에 반영할지가 향후 논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