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17.8세의 새싹들이 부르는 추억의 발라드

나에게 가을은 늘 두 음악의 계절이었다. 발라드와 재즈. 단, 이 절기에 듣는 재즈가 대부분 느린 것들 위주인 걸 감안하면 가을이란 결국 발라드의 계절이다. 얼마 전 그 ‘가을의 발라드’를 오디션 간판으로 내건 프로그램이 두 번째 시즌을 열었다. ‘우리들의 발라드’다.
‘우리들의 발라드’가 좋은 건 세대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데 있다. 어쩌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꺼리고 조롱하는 세상이 온 건지, 그건 사회학이 밝혀야 할 영역일 테지만 ‘우리들의 발라드’는 보이지 않는 세대 사이 장막을 음악으로 걷어낸다. 1989년 작품인 ‘김성호의 회상’부터 2021년 노래인 유다빈 밴드의 ‘고열’까지. 새로운 가을을 맞은 ‘우리들의 발라드’는 선곡만으로도 세대 통합을 이루어 냈다.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 장점이자 특징은 출연자들의 삶을 MC와 ‘탑백귀’ 150명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쌍방으로 피어나는 위로와 격려, 힐링은 음악 이전에 ‘우리들의 발라드’를 사람들이 다시 호출한 이유이기도 했다. 오디션을 가장한 ‘인간극장’이랄까. 미국 텍사스 거주자와 현역 군인을 포함한 평균 나이 17.9세 도전자들이 저마다 겪은 고민과 상처, 상실은 유도선수 출신 김선음의 ‘강철 성대’가 여린 가성을 만나 찬란하게 부서졌듯, 모두의 공감 앞에서 가뭇없이 스러졌다.
이제 겨우 2회 차, 첫 주제(‘나를 울린 발라드’)가 끝났을 뿐인데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이미 첫 시즌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꼭 오디션 최초 만점자가 나와서만은 아니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헤어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가사가 슬펐다며 열일곱 살 민지유가 원미연의 ‘이별 여행’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 현장의 관객과 화면 앞의 대중은 같은 모습으로 노래 속에 빠져들었다. 라유정이 부른 ‘기도’, 그 ‘기도’가 삽입된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이었던 문근영을 “맛이 가게” 해버린 이민우의 ‘난치병’, 옷 두 벌 들고 열여섯 살 홀로서기에 뛰어든 한로이가 열창한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까지. 노래들은 부른 이들의 저마다 사연을 품고 훨훨 날아올랐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살아온 모습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기엔 너무 어린 16세 김소연이 겨우 불러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시즌 2의 가장 슬픈 감동으로 남을 만하다. 원곡자를 연상케 하는 통기타에 청(靑) 패션. 아버지의 부재. 텅 비우며 더 채워낸 감정의 일렁임. 정말이지 이들은 나이만 어릴 뿐, 겪은 일들은 어른들의 산전수전 못지않았다. 거대한 여운을 남기고 시즌 2 첫 회를 페이드아웃 시킨 소연이의 퍼포먼스는 잘 부르고 못 부르는 차원을 넘어선, 노래가 공감과 해소의 가장 건강한 수단임을 가르쳐준 무대였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장르 이전에 노래 오디션이므로 다채로운 보컬을 맛볼 수 있다는 데서 또한 많은 즐거움을 준다. 가령 한국계 호주인 임바다는 ‘김성호의 회상’이라는 기성 발라드를 완전히 새로운 팔레트로 채색해 버렸고, 육군훈련소 조교 김도현은 젊음의 한 챕터를 끝낸 사람만이 뱉어낼 수 있을 발성으로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불렀다. 김 조교의 목소리는 심사위원 정재형의 말처럼 “정직한 보컬”이 무엇인지를 들려주었다. 그 외 기획사 방출이라는 상처를 반전의 실력으로 극복한 이유빈의 쨍쨍한 목소리, ‘Think About’ Chu’의 펑키 그루브를 기타와 목소리로 뽑아낸 박대희(그의 목소리에선 에드 시런과 존 메이어가 동시에 들린다), 단단하고 시원한 절창을 통해 마야의 ‘나를 외치다’를 모두의 용기로 승화시킨 열다섯 살 박예승 등 ‘우리들의 발라드’ 두 번째 시즌은 시청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찾을 수밖에 없을 무대들로 빼곡히 두 회차를 채웠다. 우린 그 안에서 전이수의 ‘그대 내 친구여’(패티 김)를 타고 들판으로 왔다 김수아의 ‘Over the Rainbow’(자우림)에 실려 밤하늘로 갔다, 행복한 멀미를 한다.

음악학자 로렌스 크레이머는 음악이 "문화와 역사라는 공간 속에서 가치를 형성하고, 변화시키고, 심지어 창조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정확히 ‘우리들의 발라드’ 시즌 2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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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