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권과 강북권의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대표 아파트가 과거 거래가보다 8억원 낮은 가격에 팔리는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강북·노원·동대문 등에서는 과거 최고가를 넘어선 거래가 늘고 있다. 고가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수요가 위축되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면서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의 대표 아파트에서 전용면적 84㎡ 안팎의 국민평형이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는 9월 21일 4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2월 3일 57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억원(약 13.9%) 낮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9월 14일 35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31일 거래가인 43억1000만원보다 7억6000만원(약 17.6%) 내렸다. 같은 단지에서 9월 21일에도 36억원에 거래돼 직전 비교 가격보다 7억1000만원 낮은 거래가 확인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와 개포주공7단지도 최고가보다 각각 6억7000만원, 6억5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강남구의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55.0%에서 3분기 43.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67.6%에서 62.6%로, 용산구는 71.3%에서 66.9%로 각각 떨어졌다. 최고가에 비해 몸값을 낮춘 거래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반대로 비강남권에서는 전고점을 넘어서는 신고가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서초·용산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에서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1분기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 도심권으로 분류되는 동대문구의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45.7%에서 3분기 81.9%까지 뛰었다. 성북구(32.1%→68.5%)와 서대문구( 44.4%→73.5%), 중랑구(13.2%→41.4%) 등도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외곽 지역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은평구의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26.1%에서 3분기 50.0%로 높아졌고 강북구(8.9%→34.5%), 노원구(8.1%→24.9%), 도봉구(6.1%→12.4%) 등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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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차이는 지역별 매수 여력과 수요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가 아파트는 매수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큰 만큼 대출 규제와 금리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은 실수 대기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전셋값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면서 일부 전세 거주자가 매매로 눈을 돌린 것도 비강남권의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하락 거래를 서울 전체의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실제 강남, 서초 등 일부 고가 지역에서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낮아졌지만 서울 외곽을 포함한 다수 자치구에서는 해당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 지역별 가격 흐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강남권의 가격 조정만으로 서울 전체의 매수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강남3구의 경우 세제개편안 관련 정책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가성비 지역인 서울 중하위 지역 및 경기도 중심의 가격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의 조정 국면과 중저가 지역의 강세가 당분간 공존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