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도 '러브콜', 전세기 띄워 해외포상...'슈퍼갑' 보험대리점

대형로펌도 '러브콜', 전세기 띄워 해외포상...'슈퍼갑' 보험대리점

권화순 기자, 이창명 기자
2026.09.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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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험대리점, 대개혁③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보험대리점(GA) 개혁에 칼을 뺐다. 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진 GA들이 보험시장을 흙탕물로 만들면서 보험판을 뒤흔들고 있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GA 눈치 보느라 판매수수료 수십조원을 펑펑 쓰고도 스스로 출혈경쟁을 멈추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수십년 전 만든 낡은 제재 기준에 발목잡혀 대형 GA는 영업정지도 못한다. 지금 GA를 개혁하지 못하면 보험산업이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대형 보험대리점/그래픽=이지혜
초대형 보험대리점/그래픽=이지혜

보험대리점 현황/그래픽=김현정
보험대리점 현황/그래픽=김현정

#. 최근 국내 유명 로펌은 지방 소재 보험대리점(GA)으로 출장가 업무 설명회를 여러차례 열었다.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GA까지 로펌 고객으로 포섭해 컨설팅과 소송 대리를 하기 위해서다. GA의 연매출이 조 단위로 나올 만큼 초대형화 하자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금융사 뿐 아니라 GA가 로펌의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 코스닥 상장사인 인카금융서비스는 실적이 우수한 자사 보험설계사에게 매년 해외 여행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우수 설계사들은 전세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최고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한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는 자사의 상품을 주력으로 팔아주는 GA 대표들을 초청해 해외 동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만큼 GA의 위상이 올라갔다.

GA 소속 설계사가 30만명을 돌파하면서 보험사에 '슈퍼갑'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GA도 속속 등장했다. GA의 위상이 몰라보게 올라갈수록 보험사의 채널 의존도는 심각해졌다. 보험사들은 연간 수십조원의 판매수수료를 GA에 지급하고도 GA 무리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GA의 위법 행위에 대해 제재 수단이 없어 영업정지 중징계를 내리지 못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설계사는 54만명으로 이 가운데 GA 소속 설계사가 31만명에 달한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2%가 보험사가 아닌 GA에 소속돼 특정 보험사가 아닌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한다.

GA는 초대형화 하고 있다. 소속 설계사가 3000명이 넘는 GA는 지난 2015년 11개에서 지난해 말 26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들 대리점에 속한 설계사도 10년 전 7만명에서 지난해 20만명으로 불었다. GA는 약 4000여곳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소속 설계사 500명이 넘는 대형 GA가 절반이 넘는다. GA가 없으면 사실상 보험상품 판매가 '올스톱' 된다.

소속설계사 1만명이 넘는 초대형 GA는 한화생명 계열 한화생명금융서비스(2만5000명) GA코리아(1만5000명) 인카금융서비스(2만5000명) 글로벌금융판매(1만3000명) 등이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전속 설계사가 많아야 2000명~3000명 이라는 점에서 이미 GA가 보험사를 뛰어 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초대형 GA의 연매출액은 1조~2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인카금융서비스는 매출액이 2015년 1196억원에서 지난해 1조218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불었다.

GA가 규모 면에서 보험사를 추월했음에도 금융당국의 실효적인 제재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금융감독원은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라 GA에 대한 제재를 매출액 대비 사고금액 비중으로 결정한다. 이 비율이 1% 미만이면 기관경고, 1% 이상~2% 미만이면 1개월 영업정지, 2% 이상이면 2개월 영업정지다. GA가 부당승환이나 허위계약 등 심각한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매출액이 워낙 커 중징계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허위계약으로 과태료 53억원의 중징계를 받은 GA는 총매출액이 커 영업정지는 피해갔다.

더 심각한 것은 GA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보험사의 모집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총 32조원 규모의 모집 수수료를 집행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체 채널이 약한 보험사들은 GA 채널 의존도가 심화했다. GA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군말없이 감당해야 한다. 대형 생명보험사조차 예정사업비의 2배 이상을 쓰고도 GA 요구에 쩔쩔맨다. 월납 보험료의 30배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지급한 보험사도 나왔다.

보다 못한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월납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1200%룰'을 GA에 적용했다. 하지만 설계사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대신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을 대신 부담하거나 GA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체를 통해 매출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우회로가 뚫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여행 때 동반해달라는 명목으로 여행비 찬조를 요구하거나 GA 연도대상을 한다고 참석을 요구하면서 협찬을 해 달라고 하는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GA가 아예 자기들이 원하는 담보의 상품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그대로 만들면 손해율이 심각해지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한다.

GA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보험사 수준의 제재 기준을 만들고 과도한 사업비 집행을 막을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들도 "이렇게 모집 수수료를 썼다가는 모두가 공멸"이라며 "누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스스로 멈출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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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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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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