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53년 기준을 다시 묻다]④
재계,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대기업도 제도 적용' 건의

스포츠 분야에서 병역특례가 특혜 논란으로 번지는 것과 별개로 산업계에서는 관련 제도를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전문인력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은 모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제도 확대를 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선 대기업들은 석·박사급 인력이 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등) 분야에서만이라도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대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병역법 등 관련 법령 개정으로 2013년부터 병무청이 대기업에 신규 인원 배정을 중단했다. 2021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에 일정 기간 복무 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도 금지됐다.
현실적으로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는 연구조직이 실무·현장 지원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연구인력 19만4536명 중 박사는 5.7%, 중견기업은 6만3862명 중 4.6%에 그친다. 중소기업 연구소의 규모도 2~4인이 62.8%에 달한다. 학사 등 실무인력 위주로 공정 개선 등 보조적 역할을 맡는 연구소가 많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니 정작 대규모 자본투자와 연구 인프라를 갖춘 국가첨단전략산업 대기업들이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당사자인 이공계 인재도 병역 특례 제도를 활용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최전선이고 결국 핵심 R&D(연구개발) 인재 확보 싸움"이라며 "낡은 기업 규모별 규제 칸막이를 허물고 첨단전략산업 분야만큼은 규모와 무관하게 전문연구요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복무기간 자체보다 복무 이후 우수 연구인력이 우리나라 산업에 계속 잔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제도 개선의 실익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외 대학 석·박사 인재의 경우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복무 후 국내에 남지 않고 해외 경쟁국으로 취업하거나 병역 이행을 미루고 해외 기업에 취업해 인재 유출이 심화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견·중소기업은 마이스터고 출신 등 현장 인력으로 활용되는 산업기능요원 배정을 늘려달라고 건의해왔다. 고질적 인력 부족을 호소해온 업계에는 병역특례가 기업 운영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과거 중소기업중앙회가 제도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 303곳을 대상으로 '병역대체복무제도 축소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기능요원의 운영 방향에 대해 83.8%가 '확대 또는 유지'를 원하고, 축소·폐지가 기업 인력 사정에 미칠 영향으로는 52.4%가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 응답하기도 했다.
한 중소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방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별로 배정되는 인원이 많지 않아 현재 규모만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