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주승용·정청래 설전-文 당혹, 막장 감정싸움의 재구성


'막가는'하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들이 8일 공개석상에서 "공갈" "치욕" 등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꿈틀거리던 계파 갈등이 분출한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또다른 최고위원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러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노래 제목은 '봄날은 간다'였다.
◇주승용 vs 정청래 vs 유승희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제갈량이 와도 당내 갈등을 해결 못할 심각한 상황"이라며 "제갈량의 원칙이던 3공 정신(공개·공정·공평)을 되새긴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비노(非노무현) 성향, 현 지도부 중 유일한 호남지역구인 주 최고위원은 4.29 재보선 이후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친노패권주의'를 언급하며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주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마침 이날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첫 최고위원회의였다.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 발언 다음 순번인 전병헌 최고위원으로 마이크가 넘어갈 때 "잠깐"이라며 의사진행발언을 자청,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 듣는 것은 치욕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다"며 "제가 세상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 최고위원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 관련 "제가 발언한 것을 사사건건 SNS 통해 비판한 것을 참아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사퇴 합니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문재인 대표,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곧 뒤따라 나갔고 문 대표는 이내 자리로 돌아와 회의를 계속 주재했다.
이날 회의엔 막말이 오갔을 뿐 아니라 노랫소리도 들렸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냉랭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버이날 (어르신들께)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꽃바람에 휘날리더라"는 한 소절을 불렀다. 그는 마침 짙은 분홍 재킷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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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이 노래를 끝까지 불렀으면 분위기가 반전됐을텐데"라고 꼬집었다. 이어 "갈등을 성숙하게 풀어야 한다. 지금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당혹 "정청래가 사과해야"
주 최고위원은 평소 '균형추'를 자임하듯 문재인 대표에 비판적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순발력은 있지만 과도한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곤혹스런 상황을 맞은 문 대표는 회의중 보좌진이 건넨 종이에 무언가를 쓴 다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말했다. "아까 (정청래) 발언은 공개적 자리에서 다소 부적절했다. 유감스럽다"며 "지금까지 당 운영과 당의 단합에 미흡한 부분 있었다면 고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어버이날을 맞아 홍은동 사회복지관을 찾은 자리에서도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는 진심이 아니었다고 본다"며 "정청래 최고위원이 적절한 방법으로 사과함으로써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승용·정청래 두 사람은 장외에서도 설전을 이어갔다.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간 주 최고위원은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며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고 격앙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들과 만난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란 뜻이 아니었다"면서도 "(재보선을) 이겼으면 친노패권주의의 승리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공갈이란 표현이 심한 것 아니냔 질문엔 주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는 말과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사퇴 카드로 당 단합을 해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둘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들러리만 서는 최고위원은 필요없다"(주승용) "분열은 죽음"(정청래)이라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재보선 패배 후 내부갈등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코미디'같은 현장이 되자 정 최고위원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 최고위원 말은) 차마 믿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른바 '문재인 흔들기'에 반박하는 의도였다 해도 문 대표를 더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단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