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사기근절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장에 J.D. 밴스 부통령이 섰다. 이날 발표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대형 IT 아웃소싱 기업 6곳 등 모두 8개 기업이 외국인 직원의 영주권 절차에서 무기한 배제됐다. 하버드·예일·MIT를 포함한 명문대 9곳에는 연방 노동부 감찰관실의 소환장이 송달됐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에게 국가기술혁신훈장을 수여했다. 오전에는 제재하고, 오후에는 훈장을 준 것이다. 이번 조치를 연방대법원의 벽에 부딪히길 반복해온 트럼프식 반(反)이민 정책의 연장선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표적이 국경을 넘는 미등록 이민자나 저숙련 노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개발자·회계사·연구원, 즉 고급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친기업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왜 빅테크의 인재 통로를 조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분석했다. 먼저 이번 조치에 등장하는 비자 제도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H-1B는 1990년 이민법으로 만들어진 전문직 취업비자다. 학사 이상 학위가 필요한 일자리에 외국인을 고용할 때 쓰며, 한 번에 3년, 연장하면 최장 6년까지 일할 수 있다. 연간 발급 한도는 6만 5000명이고, 2004년부터는 미국 석사 이상 학위자에게 2만 명을 별도로 배정한다. 신청자가 한도를 훨씬 웃돌아 매년 추첨으로 뽑는데, 올해 2월부터는 고임금자를 우대하는 가중 추첨이 도입됐다.
반면 J-1은 1961년 이른바 풀브라이트-헤이스법에 근거한 교류방문 비자로, 목적이 고용이 아닌 학술·문화 교류다. 국무부가 관할하며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원이나 박사후연구원을 초청할 때 주로 쓰인다. 일부 대상자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본국에 돌아가 2년을 머물러야 하는 의무도 진다. 미국 유학생이 영주권을 받는 전형적인 경로는 다섯 단계다. 학생비자(F-1)로 공부한 뒤 졸업하면 OPT 제도로 12개월간 일할 수 있고, 이공계 전공자는 24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그 사이 H-1B 추첨에 당첨되면 취업비자로 넘어가고, 고용주가 노동부에 '미국인 적격자가 없다'는 인증, 즉 PERM(노동허가)을 받아주면 영주권 절차에 들어간다. 핵심은 영주권이 출신 국가별로 전체의 7%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청자가 몰리는 인도·중국 출신은 대기가 길어지고, 그동안 H-1B를 연장하며 버틴다. 6년 상한을 넘겨 연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진행 중인 영주권 절차다. 밴스 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H-1B가 '들어오는 문'이라면, PERM은 '머무는 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다리의 세 칸을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 첫째는 들어오는 문이다. 행정부는 지난해 9월 해외에서 새로 들어오는 H-1B 인력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물리는 포고령을 내렸다. 이미 미국에 있는 유학생의 신분 변경이나 기존 H-1B 연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수수료는 올해 6월 연방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았고, 7월 항소법원도 징수 중단을 유지해 현재는 걷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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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유학생 통로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7일 OPT에 참여하는 유학생 1인당 학교가 7만 달러(추가 참여 시 3만 달러)를 내도록 하는 규칙을 제안했다. 학교는 이 비용을 학생이나 고용주에게 넘길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OPT가 사기의 온상이자 H-1B 우회 통로가 됐다고 주장한다. 2024년 OPT 취업 허가를 받은 유학생은 19만 4554명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유학생이 염두에 두는 제도다. 이 규칙은 11월 9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다.
셋째가 이번에 발표된 머무는 문, PERM이다. 노동부는 8개 기업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고 이미 접수된 신청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규정상 1차로 최대 180일이며 수사가 이어지면 연장될 수 있어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H-1B로 일하는 직원의 자격이 곧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6년을 넘겨 일하려면 영주권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사실상 이들의 미래가 막히는 셈이다. 구글·메타·아마존은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MS와 어도비를 지목한 이유로 '진행 중인 연방 수사'만 들었을 뿐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효과는 어땠을까. 10만 달러 수수료 발표 이후에도 내년도 H-1B 신청은 3월 말 한도를 채웠다. 신청 건수 자체는 줄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공식 수치는 아직 없다. 분명한 것은 비자 숫자는 그대로였고, 바뀐 것은 '누가' 비자를 받느냐라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수수료 대상 신청 가운데 남는 비율은 30~56%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가중 추첨까지 더하면 선발자의 평균 임금은 6.7~16.7% 오르고, 미국 유학생 출신 비중은 43%에서 최대 51%로 높아진다. 사람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저임금 해외 인력을 걸러내고 비싼 인재만 남기는 방향, 이것이 이번 조치를 '정밀타격'이라 부르는 이유다.
행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밴스 부통령은 MS가 지난해 미국인 6000명을 해고하면서 H-1B 6300건과 영주권 약 3000건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고한 1명을 외국인 1.5명으로 대체한 셈이라는 것이다. 또 H-1B 노동자는 같은 일을 하는 미국인보다 약 2만 달러, 아웃소싱 업체를 거치면 4만 8000달러를 덜 받는다고 했다. 대학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 9곳의 연방 지원 연구 인력 중 J-1 비율이 약 61%로 전국 평균(38%)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은 H-1B 노동자를 '계약 노예'라고까지 불렀다. 표현은 거칠지만 요지는 구조에 있다. 일자리를 잃으면 미국을 떠나야 하는 H-1B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종속돼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고, 그 결과 같은 일을 하는 미국인의 임금까지 눌린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주장만은 아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에 따르면 2019년 H-1B 일자리의 60%가 노동부의 네 단계 임금 등급 중 가장 낮은 두 등급으로 신고됐고, MS는 이 비율이 77%였다. 노트르담대 등 연구진이 H-1B 추첨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추첨으로 H-1B 인력을 더 확보한 기업은 그만큼 다른 직원을 덜 뽑았고, 특허 같은 혁신 성과는 크게 늘지 않았다. 구하기 힘든 인재를 위한 제도가 값싼 인력의 통로가 됐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대편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숫자에 대한 반박이다. MS는 지난 회계연도 H-1B 신청 약 6000건 중 80%가 기존 직원의 체류 연장이나 신분 변경이었고, 신규 채용분도 이미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던 인력으로 미국 내 전체 인력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고한 자리를 외국인으로 새로 채웠다는 계산과는 결이 다르다. 행정부는 허위 신고의 구체적 사례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사람을 막는다고 일자리가 미국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와튼스쿨 연구에 따르면 H-1B 신청이 거절될수록 미국 다국적 기업은 캐나다·인도·중국 지사의 고용을 늘렸고, 거절 1건당 해외 고용이 0.4~0.9명 증가했다. 셋째, 인재 파이프라인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영주권 경로가 막히면 떠나는 인재뿐 아니라 처음부터 오지 않는 인재도 생긴다고 지적한다. OPT 수수료가 시행되면 미국에 남으려는 유학생이 80% 줄 수 있다는 조사도 나왔고, H-1B 인력이 많이 유입된 도시에서 미국인 대졸자 임금이 오히려 올랐다는 연구도 있다. 넷째, 기소나 판결 없이 진행 중인 수사만을 근거로 특정 기업을 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절차적 논란도 예상된다.
두 논리를 나란히 놓으면 양쪽이 같은 사실을 반대 방향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행정부 말이 옳다면 문제는 외국인 인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을 싸게 쓸 수 있는 구조다. 반대 측 말이 옳다면 문제는 문을 닫는 데서 오는 인재 이탈이다. 해법은 문을 여닫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조건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는 얘기다. 수수료와 가중 추첨으로 선발자의 임금 수준이 올라간 것은 이 방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근거 공개 없이 특정 기업의 영주권 절차를 통째로 멈추는 식으로 수단이 거칠어지면, 반대 측이 우려하는 인재 이탈과 일자리 해외 이전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와 감세를 내세우는 친기업 정부가 왜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밀어붙이는 걸까. 지지층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해석이 가장 흔하지만, 황 기자는 이번 조치를 AI와 자동화가 바꿀 미래 노동시장을 겨냥한 노동정책으로도 읽어야 한다고 짚었다. AI가 가장 먼저 지우는 것은 사다리의 첫 칸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청년 고용이 상대적으로 13% 줄었지만, 같은 직군 경력자의 고용은 유지되거나 늘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최근 대졸자 실업률은 올해 2분기 5.6%로 높은 수준이다. MS는 연간 800억 달러 넘는 돈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쏟으면서 지난해 여러 차례 감원했다. 기업의 돈이 사람보다 기계로 향하는 상황에서 줄어드는 신입 일자리마저 값싼 해외 인력으로 채워진다면 미국 청년이 오를 사다리는 남지 않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회견에서 '사다리의 첫 계단'을 언급한 것도 이 맥락이다. 행정부의 선택은 'AI는 규제를 풀어 키우되, 노동 공급은 조여 줄어드는 고급 일자리를 자국 청년에게 돌린다'로 요약된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2월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친노동 AI 성장'을 내걸었고, 지난해 7월 AI 행동계획에는 노동부가 AI의 일자리·임금 영향을 추적하는 조직을 만들고 실직자 재교육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조업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제조업 고용은 1979년 19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280만 명으로 35% 줄었다. 관세로 공장을 되돌린다 해도 돌아오는 공장은 자동화돼 예전만큼 사람을 쓰지 않는다. 제조업만으로 중산층을 되살리기 어렵다면 남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더 절실해진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비자를 막는다고 AI가 줄인 신입 일자리가 되살아나지 않고, 정부 스스로 AI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모순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나라가 재교육이나 기본소득 같은 사후 처방 논의에 머무는 사이, 미국은 '누가 그 일자리에 들어오느냐'를 정책 수단으로 직접 건드렸다. 방법은 거칠고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안 가본 길을 뚫어보려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 황 기자의 시각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논의가 없다. 한국의 이민 논의는 대부분 부족한 일손과 줄어드는 인구를 어떻게 메울지에 맞춰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외국인 체류자 272만 명 가운데 전문인력 비자 소지자는 약 6만7000명으로 2.5% 수준이다. 비전문 취업비자 소지자는 약 33만9000명에 이른다. 고급 인재 유치는 구호에 비해 실제 규모가 작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1.6명으로 사상 최저지만 지난해 0.80명인 한국의 두 배다. 전 세계 인재가 몰려드는 그 미국조차 '몇 명'이 아니라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받을지를 고르고 있다. 이민으로 머릿수를 채우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유엔 인구국은 이민으로 인구 감소는 메울 수 있어도 고령화는 사실상 막을 수 없다고 분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민자의 재정 기여를 가르는 것이 숫자가 아니라 고용률·교육 수준·사회 통합 정도라고 봤다. 올해 8월 한국 청년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AI가 신입 일자리를 줄이는 흐름은 한국에도 그대로 밀려온다. 준비 없이 외국 인력을 늘리면 미국의 갈등이 한국에서 더 거칠게 나타날 수 있다. 황 기자는 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이민을 인구 대책이 아닌 인재·노동시장 정책으로 다루고, 출산율 정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외국인 전문인력 제도의 중심에 임금 기준을 둬야 한다. 외국인을 싸게 쓸 수 있는 순간 인재 유치 정책은 임금 억제 정책으로 바뀐다. 내국인과 같거나 더 높은 임금 기준이 있어야 기업이 정말 필요한 인재만 데려온다. 셋째, 고용주 종속을 줄이고 통합에 투자해야 한다. 직장을 잃으면 곧바로 떠나야 하는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의 협상력을 낮추고 결국 내국인 임금까지 끌어내린다. 이직의 자유와 투명한 영주 경로는 내국인 노동자를 지키는 정책이기도 하다. 넷째, 해외 인재 유치를 국내 인재 처우, AI 시대 노동정책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우리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정치가 등장할 수 있다.
지방·농어촌·조선소 등 현장 인력난은 고급 인재만으로 풀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럴수록 어떤 일자리에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받을지에 대한 설계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황 기자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트럼프식 반이민으로만 보면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고 짚었다. 질문은 이민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열어줄 것이냐라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미국 노동자를 실제로 지킬지, 반대 측 우려대로 인재와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원 판단과 기업 대응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제조업을 잃고 AI라는 새 파도를 맞은 나라가 남은 고급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민이 필요한 한국일수록 숫자보다 설계를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