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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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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하늘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짙은 연기와 강풍을 뚫고 산등성이를 넘으며 물을 투하하는 산림헬기 조종사들이다. 대형 재난과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소방헬기는 구조대원과 환자를 태우고 때로는 도심 한복판을 비행한다. 이들의 임무는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들이 타는 항공기는 더욱 안전해야 한다. 최근 발의된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색 구조업무 또는 산불진화업무에 사용되는 항공기에 군용 감항인증 체계를 확대 적용하고, 군용항공기가 퇴역후 개조된 경우 '제한형식증명'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감항인증을 받기 용이하게 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행정·재정적 낭비를 줄이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항공안전' 영역에서만큼은 더욱 그렇다.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정부가 확인하는 제도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는 이제 필요성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한미 정상 간 공감대에서 출발한 핵추진잠수함 확보 노력은 정부가 지난 5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에서 사업의 기본 방향과 추진계획을 마련하면서 구체화했다. 저농축우라늄 사용과 국내 설계·건조를 기본으로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하는 추진 방향이 제시됐다. 국내적으로도 사업 추진체계와 기술적·제도적 기반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비확산 원칙 준수와 재래식 무장을 통한 방어적 운용 방향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관리하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충실히 정비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력 여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조선·설계 역량과 잠수함 건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핵연료 공급, 핵물질 관리, 관련 법·제도와 비확산 문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역량이 필요하고,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져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AI를 뒷받침할 에너지, 전력망, 튼튼한 제조업 기반도 중요하다. 이러한 국가 비전은 결국 인재 문제로 귀결된다. 과학기술은 사람을 통해 축적되고 발전하며, 산업과 사회에 적용되고 확산하기 때문이다. AI 3강도, 제조업 경쟁력도 인재 경쟁력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정책 시스템이 있느냐다. 정책 현장에서는 인재를 길러내는 정책과 활용하는 정책이 부처별로 따로 움직인다. 학교와 대학의 교육, 재직자의 직업 훈련, 성인의 평생학습도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으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정책 시야도 필요한 인력을 국내에서 길러내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오고, 해외 인재와 교류하며, 인재가 국경을 오가면서 지식과 기술을 나누는 전략이 요청된다. 이는 인재의 '국내 양성'을 넘어 '해외 인재 유입'과 '국내외 인재의 순환과 연결'을 포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뜻한다.
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의 정책목표는 무엇인가.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가,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가, 부자를 잡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집주인에게 집을 팔도록 압박해 매물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정책목표가 불분명한데 세금부터 올리는 것은 정책이라기보다 시장에 대한 징벌적 압박에 가깝다. 이번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여 양도세를 높이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조세형평성과 실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자와 서민', '집주인과 세입자', '보유자와 무주택자'를 갈라놓는 갈라치기식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집을 전세 주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한다고 해서 모두 부동산 투기꾼은 아니다. 수십 년 전 구입한 집 한 채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현금소득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은퇴해 소득은 줄었지만 집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인 고령자에게 보유세를 높이고, 집을 팔 때 양도세 부담까지 키운다면 어떻게 하라는것인가.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51. 8%가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절약한 시간(주당 평균 1. 5시간)은 개인업무의 효율을 높였을 뿐, 기업 차원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의 제도화된 AI 도입률은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한다. 조직이 AI로 일하는 개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이다. 개인의 생산성이 조직의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전환의 공백'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간극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미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는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나 보이는데 생산성 통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찍이 1987년 꼬집었다. 컴퓨터가 사무실에 보급된 뒤에도 한동안 생산성이 정체된 것은, 기업들이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기술에 맞게 재설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때문이다. 지금 AI도, 기술보다 조직변화가 더디다는 점에서 당시와 닮았다. 문제는 전환속도와 방식을 결정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통계수치가 보여주지 못하는 곳에 있다.
인공지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 인구 여덟 명 중 한 명이 인공지능을 매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똑똑한 만능의 비서이자 동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컴퓨터 장비를 갖추는 데에 비용이 필요하다. 이 고가의 장비를 운영하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서 전기료, 컴퓨터 냉각비용 등 다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텍스트와 사진, 동영상, 프로그램 코드 등을 학습해야 하며 여기에도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가 늘 부족하단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 부족한 데이터들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으로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다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데이터 근친교배(data inbreeding)'라고 부른다. 세계사에는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야기가 있다.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2024년 미국에서는 14세 소년 수웰 세처 3세가 AI 챗봇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눈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 3월에는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이 청소년의 중독을 유발하는 플랫폼 설계를 유지해 정신적 피해를 초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국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올해 4월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1%가 AI 챗봇의 답변을 행동으로 옮긴 경험이 있으며, 77. 7%는 챗봇의 답변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 사건들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SNS와 AI 챗봇 사용 금지 등의 규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SNS상 유해 콘텐츠뿐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방식에도 있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야간 알림,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참여를 늘리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충동 조절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 첫 장에는 늘 익숙한 라틴어 구절이 등장한다.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라는 뜻이다. 미시경제학의 거장 알프레드 마셜은 복잡다단한 현실을 잘라내 수요와 공급이라는 명쾌한 분석 모형을 만들어냈다. 변수 하나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 깔끔한 도식은 경제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현실 시장에 이 가정을 그대로 대입하면 치명적 오류가 발생한다. 현실 경제에서 '기타 조건'은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얽히면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역시 정태적인 균형판이 아니다.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만을 낳는 단순한 세계가 아니다. 프랑스 사상가 루이 알튀세르가 말한 '중층 결정'은 오늘날 부동산시장을 읽는 핵심 키워드다. 여러 원인이 겹겹이 쌓여 나타난 복합적 결과라는 의미다. 복잡한 현상을 단 하나의 요소로 줄여 설명하려는 '환원주의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 특정 변수 하나만을 주범으로 지목하거나 과대 포장해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위험한 이유다.
국가는 왜 형벌을 부과하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와 형벌의 관계는 인류 역사상 법질서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탐구되어 온 가장 오래된 법철학적 과제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의 함무라비 법전에서부터 현대 형법에 이르기까지 형벌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경험은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엄한 처벌을 가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형법에서는 '응보주의'에서 '예방주의'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이미 발생한 범죄를 응징하는 것보다 같은 잘못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안전에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의료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1999년 미국 의학연구소(IOM)가 발표한'To Err is Human' 보고서는 의료인의 실수로 매년 많은 환자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의료계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자를 처벌하자, 의료진은 실수를 숨기게 되었고 동일한 사고는 반복되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씨앗이라도 토양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열매를 맺는다. 법도 다르지 않다. 다른 사건에서 옳았던 논리를 맥락도 따지지 않은 채 새로운 문제에 옮겨 심으면, 기대했던 결론 대신 또 다른 갈등을 낳기도 한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과 최근 대법원 판결은 우리에게 바로 이 엄연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노동법은 언제나 두 개의 시간 위에 서 있다. 하나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밀어붙이는 현실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판례와 원칙이 축적해 온 법의 시간이다. 좋은 입법은 이 두 시간을 연결하지만, 그렇지 못한 입법은 둘 사이의 간극을 오히려 키운다. 노란봉투법의 출발은 분명했다. 불법파업을 둘러싼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떠안는 현실을 개선하고, 복잡해진 간접고용 구조에 맞게 노동법을 현실화하자는 문제의식이었다. 그 방향성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두 질문이 하나의 답으로 성급하게 연결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기가 끝났다. 시험도 끝났고 성적도 매겨졌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제부터다. 이번 학기 학생들은 무엇을 배웠나. 우리는 그 배움을 어떻게 확인했는가. 교육에서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갖는다. 학생은 평가를 생각하며 공부하고, 교사는 평가를 염두에 두고 가르친다. 그래서 'Teach to the Test'라는 말도 생겼다. 평가를 바꾸지 않고 교육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좋은 평가는 교육목표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창의성을 기르겠다면서, 정답 하나를 찾는 객관식 시험만으로 평가한다면 교육의 방향 자체가 흔들린다. 협력을 강조하면서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줄 세우면 학생들은 협력보다 경쟁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는 하나로 정렬돼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은 평가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다. 교육 생태계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며, 사고를 확장한다.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질문하고 탐색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까지 함께 책임지는 사회적 존재인가.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에게 이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히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 단기 수익을 우선한 경영, 지속적인 투자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 투자수익을 앞세운 사모펀드식 경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사모펀드(PEF)는 원래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이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사모펀드의 성공적인 기업 투자 사례는 적지 않다. 문제는 투자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탐욕으로 변질될 때다.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잃고, 자산은 매각되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과 디지털 전환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결국 남는 것은 경쟁력을 잃은 빈껍데기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