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선수 선발에 챗GPT 활용 논란
AI가 많은 자료 바탕,객관적 결론 내도
최종 판단과 책임은 결국 인간의 역할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가 과거 러시아 클럽 PFC 소치 감독 시절 챗GPT를 선수 선발, 영입, 전술 등에 사용했다고 전 구단 관계자가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모레노 감독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부인했다. 챗GPT의 주된 용도는 러시아어 번역이었으며, 데이터와 영상 분석에는 여러 도구를 활용하지만 최종 판단은 코칭스태프가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십을 넘어 'AI 시대에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어디까지 AI에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모레노 감독의 사례를 따라 챗GPT로 축구 국가대표를 뽑는 실험을 해 보았다. 현재 경기력과 출전 시간, 대표팀 경험, 전술 적합성 등을 고려해 26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흥미롭게도 그 명단은 2026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와 상당 부분 겹쳤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등 핵심 선수들은 예상대로 포함됐다.
축구 밖으로 확장하면, 기업의 채용, 대학의 학생 선발, 투자 대상 기업 선정, 연구과제 평가 등도 비슷하다. 후보군은 넓고 판단해야 할 정보는 많다. 전문가의 경험과 직관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친소 관계의 영향을 받거나 유명한 사람이나 출신 학교 같은 간판에 흔들릴 수도 있다.
AI가 인간보다 현명해서가 아니라, 훨씬 많은 자료를 한꺼번에 비교하고 사사로운 감정이나 인연에 덜 휘둘린다는 점에서 AI 추천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물론 AI 역시 학습 데이터의 편견이나 잘못 설정된 평가 기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AI가 꽤 그럴듯한 명단을 추천했으니 "그럼 다음부터 감독 대신 AI가 선수를 선발하면 되겠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감독의 전술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는지, 큰 경기에서 얼마나 담대한지, 부진한 동료를 격려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지, 라커룸에서 동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은 데이터만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책임이다. AI 추천을 받아 구성한 대표팀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I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제 실수였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종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더욱이 AI가 어떤 사람은 뽑고 다른 사람은 탈락시킨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선발에서 탈락한 선수도,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도, 연구비를 받지 못한 연구자도 최소한 '왜'라는 질문에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누가 결정했는가'와 '누가 책임지는가'는 분리될 수 없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판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다.
AI가 추천한 26명과 감독이 선택한 26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경기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AI가 고른 명단이 더 좋은 성적을 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감독과 전력분석관 옆에 AI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마지막 26명의 이름을 적는 사람은 감독이어야 한다. AI는 이미 인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때로는 더 나은 추천을 내놓는다.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AI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AI에게 어디까지 추천하게 하고, 어디부터 인간이 결정할 것인가이다.
마침 모레노 감독의 첫 대표팀 명단 발표도 곧 있을 예정이다. 내가 챗GPT와 함께 고른 26명과 얼마나 겹칠지 보는 것도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AI의 추천이 인간의 선택보다 더 정확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날이 오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선택권을 AI에게 넘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