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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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국내 대기업의 미국 진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주식 유통은 오랫동안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해외 투자자는 국내 계좌 개설과 원화 환전, 제한된 거래시간과 결제 절차를 감수해야 했다. 기업은 세계화됐지만 주식의 유통망은 여전히 국경 안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번 미국 상장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보통주를 직접 상장한 것이 아니라 미국주식예탁증서인 ADR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투자자가 실제 거래하는 ADS 1개는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액면분할은 아니지만 투자 단위를 낮춰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공모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첫 거래일 강세를 보인 것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충족되지 못했던 미국 투자 수요를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미국 상장 개시와 동시에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 ADR과 연계된 주식토큰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노동투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과 투자를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혁신의 출발점은 대개 중소·벤처기업이다. 대규모 조직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바이오, 핀테크, 기후기술과 같은 첨단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실험과 도전이 중요하다. 이들 분야는 기술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대기업은 자본과 네트워크, 글로벌 사업화 역량을 활용해 이를 확산시키는 분업구조가 효과적이다. 그간 우리 경제에서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기술탈취 우려로 기술협력 자체를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K-디스커버리 도입 등을 통해 기술보호 장치를 강화해 온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규제 강화만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매년 7월이면 정보보호의 날이 돌아온다. 그러나 기념일의 구호와 달리 현장에서 보안은 여전히 '쓰고 나면 사라지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사고가 없으면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예산 심의 때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비용으로만 바라보면 보안은 늘 적게 쓰는 것이 미덕이 되고, 결국 기업은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응하는 사후약방문의 굴레에 갇힌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회계장부 속 보안의 자리를 비용 항목에서 투자 항목으로 옮겨야 한다.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비용은 줄여야 할 대상이지만, 투자는 미래의 성과와 회수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보안 투자로의 가치전환은 '무엇을 막았는가?'에만 있지 않다. '무엇을 더 가능하게 했는가?', '어떤 성과를 새롭게 만들어 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잘 설계된 보안은 피해를 줄이는 방어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보안 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업무 절차를 표준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데이터의 흐름을 정돈하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각종 외신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준의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접하게 된다. 미 연준은 그들의 물가 목표인 2%보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강하기에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되려 중동 전쟁 이후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관세로 인한 물가 충격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논리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일회성 물가 상승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관세를 부과한 지난 해 대비 올해 물가는 높겠지만 그 효과를 소화한 올해 대비 내년의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매년 관세를 올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쟁 역시 마찬가지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일회성 물가 상승 때문에 연준이 항공모함을 돌리는 것 같은 성급한 통화 정책 전환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연준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논리로 내세운다.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 DB손보와 DB생명, 그리고 KB손보와 KB라이프생명.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다 보험이고 지금은 주력 상품도 보장성보험으로 비슷하다는데, 왜 굳이 따로 있는 것인지 고객은 혼란스럽다. 혼란스럽기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은행지주회사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보험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일단 그러려니 하는데, 생명보험은 가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사가 없어서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위해 손해보험사를 사야한다고 하면 이건 또 뭔가 싶다. 생보와 손보, 모두 각각의 역할과 투자매력이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이슈다. 오래 전부터 은행과 보험이 한 지붕 아래 함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으며 글로벌 추세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해왔지만, 백 번 양보하면 생명보험은 그래도 나름의 시너지와 명분은 있다. 생명보험을 영어로 'Life & Savings'라고도 하는 데서 나타나듯,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은 본질적으로 저축의 기능이 강하다. 그래서 생명보험은 본질적으로 자산운용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금융 본연의 기능과 연관성이 높다.
중국에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세대교체의 비유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더 깊은 뜻이 있다. 앞물결은 모래사장에서 사라지고, 뒷물결도 머지않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주인공은 물결이 아니라, 쉼 없이 흐르는 강이다. 투자세계에서는 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증기기관은 자동차와 전기로, 전기는 인터넷으로, 인터넷은 인공지능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바뀌지만 자본시장의 강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강물은 바뀌어도 그 강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월가에서는 시장을 하루의 시간흐름에 비유한 투자시계(Investment Clock) 로 이야기한다. 탐욕을 나타내는 정오(12시)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고 세상은 가장 밝아 보인다. 기업실적은 좋고, 새로운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며,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한 논문에서 자산 가격의 패닉이 스스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 하락하면 손절매를 부르고, 그로 인한 매도는 더 큰 폭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장의 자산에 대한 신뢰가 강하면 가격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된다. 우량 자산의 가격 하락은 저가 매수를 자극해 가격 하락은 단기에 그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산의 가격은 장기평균 수준을 회복한다. 문제는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할 때다. 자산이 저평가되었다고 믿고 매수했지만 다수의 다른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매도해 가격이 폭락하면 매수자는 혼란에 빠진다. 가격이 추가 하락해 손실이 빠르게 증가하면 공포에 사로잡힌다. 폭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 가격 하락이 또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시장에는 매수세가 실종되고 패닉으로 인한 매도세는 점점 강해진다. 위험을 줄이려고 선택한 손절매와 파생상품이 역설적으로 시장의 패닉을 더욱 확대한다. 시장 패닉은 매수 수요의 증발을 통해 거래 자체가 고갈되는 '유동성 블랙홀' 상태로 이어진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무현 적통 논쟁'이 벌어졌다. 정청래 전 대표가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하자, 송영길 의원은 "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졌다"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가 '100% 허위 사실'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송 의원은 즉각 사과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저는 한-미 FTA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의원은 "제2의 노무현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고 성공시켜야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적통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인 폐습이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공격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2002년 대선 때 탈당해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과거를 소환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통 논쟁은 '노무현 정신'과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강조했다.
최근 가짜뉴스를 유포해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챗봇, 인종?성별을 차별하는 채용 알고리즘, 인명사고를 낸 자율주행차량까지 인공지능(AI)이 초래한 손해와 위험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에서는 AI가 책임의 공백을 만든다는 우려를 인식해 기술 개발 및 배포한 '기업 조직의 행위(Organizational Conduct)'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AI시스템을 통제하지 못한 기업의 과실과 제조물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임구조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이사회에 법적 책임이 이전되는 결과를 낳는다. AI 리스크를 방치해 대규모 손해가 발생한 경우 주주들은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를 상대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할수록 개인의 구체적인 잘못을 추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법적 책임의 기준 역시 '사람의 인식이나 과실'에서 '조직의 시스템 설계, 안전장치, 집단적 주의 표준'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사회의 새로운 책무가 요구된다.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호남에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짓겠다는 896조원 규모의 투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익숙했던 국가주도 산업정책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기업의 역량과 자본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이 국가의 개입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국가주도의 많은 산업정책과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큰 방향만 제시할 뿐 세부적인 사항은 기업과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점이 과거와 달랐다. 하지만 이제 다시 국가가 주도해 새로운 산업입지를 정하고 그곳에 기업이 투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철저하게 민간에 의해 산업입지가 결정되고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풍부한 자본과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영국식 경로는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기 어려웠다. 부족한 자본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고,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만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최초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호조에 따른 결과다. 지난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1조 달러, K에 달렸다' 보고서에서 연간 수출액 1조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 K푸드·K뷰티 등 소비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징어 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등 K팝·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K푸드·K화장품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식품, 화장품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소비재 대표 품목인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24억 달러로 역대 최고였다. 화장품 수출액도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243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 됐다.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류 확산에 따른 인지도 상승, 건강과 웰빙 트렌드 부합, 독창적인 맛과 편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수출 효자 품목인 '불닭 시리즈'는 단계별 매운 맛, 지역별 한정판, 컵·파우치·프리미엄 등 다층 구조로 제품을 확장해 다양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정년연장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관련 기사마다 논쟁이 뜨겁다. 한쪽에선 "일할 수 있는데 왜 내보내는가?"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 자리가 비워지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되묻는다. 일할 권리와 일할 기회가 충돌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을 외치지만 갈등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한 조직 안에서 30년을 근속한 고령자에게 정년연장은 노후를 지키는 안전장치다. 반면 취업 문을 두드리는 청년에겐 진입을 막는 장벽이다. 청년의 불안은 정년연장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위기의 본질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데 있지 않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청년들이 문제 삼는 것은 기회의 배분 방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 논쟁은 유독 격렬하다. 그 밑바닥에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능력과 노력이 비슷해도 어디에 첫발을 딛느냐에 따라 삶의 궤도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