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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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과 이로 인한 증시 충격은 일시적인 호황에 취해 잠시 잊고 있었던 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지금 당장 막대한 이익을 내더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무한경쟁 산업이라는 사실 말이다. CXMT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1분기 3%였던 디램 점유율을 1년만에 8% 수준까지 확대했다. 올해 안에 10%, 2028년에는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주요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수십년에 걸친 반도체 굴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이 나타나면서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반도체 초과이익 논쟁도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초과이익 논쟁의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인해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익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저희에겐 절박한 기회입니다. "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골머리를 앓던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AI 산업 확장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수요처로 삼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센터 구조재 못지않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클로저다. 배터리와 전력 제어장치를 보호하는 구조물인 ESS 인클로저엔 열연·냉연강판 등이 사용된다. 국내 철강사들도 극한의 기후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특수 강판 등 글로벌 요구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배터리사와 부품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인클로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이나 현지산 철강재를 조달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에 생산된 저가 인클로저가 국내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인클로저 제작업체 공급 물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들어 주요 해외매체들이 부쩍 코스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증시가 시가총액 4조달러로 급성장하면서 영향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외신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을 다루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슈를 뉴스 홈페이지 최상단에 장식하곤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투자팀을 대상으로 한국 증시를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서는가 하면 코스피를 글로벌 주요 지표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코스피의 위상은 월가의 투자 관행을 바꾼 듯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시아증시와 반도체주 하락의 이유로 지목된다. 외신은 국내 증시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극단적인 리스크에 노출된 시장이라고 평한다. 하루는 폭락해서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터지고, 다음 날은 급반등하는 양상이 주요국 증시 중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성장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고 위험천만한 시장이란 꼬리표가 붙은 배경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시가총액이 대형주 위주로 쏠린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장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증시 부양책이 투기 과열을 제어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 등이다.
3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 혈세와 국가 재정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세운 '상업적 합리성'이란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할 시점이다. 현실의 협상 테이블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난 관세 협상에서 목도했듯 이번 대미 투자 협약의 구조 역시 유사한 결을 보인다. 양국 협약에 따르면 투자 추천 권한을 쥐고 있는 곳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다. 위원회가 사전 협의를 거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결국 어떤 사업을 고르고 결정할지의 주도권은 미국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기준을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차는 존재한다. 협약상 상업적 합리성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의 분배액을 충당할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로 정의된다. 즉 수익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잣대 자체가 미국 상무장관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이 지방이전 이슈로 뜨겁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을 하반기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보군이 거론되면서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농협중앙회를 전남 나주로,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부산으로 각각 이전한다는 문건이 돌면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단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NH농협지부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지방 이전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법적으로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인 데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돼 있다. 더욱이 농협은 이미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본부와 지역 조직을 운영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말 기준 농협은행은 전국 1065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2 가량(666개)이 지방에 위치한다. 농협이 이미 군소 도서지역까지 점포를 촘촘히 운영하며 고용 등 지방균형발전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을 포기하며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조용한 의료개혁'을 칭찬했다.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갈등과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며 "잘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의료개혁은 전(前) 정부의 의제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현재 정책은 '의료혁신'으로 추진된다. 대통령이 '혁신'이 아닌 '개혁'을 언급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말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혁신이든 개혁이든 정책이 좋고 효과적이면 그만이다. 시끄럽게 대립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설득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2024년 2월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개혁이 2년 반가량 이어지는데도 환자는 여전히 불안하고, 의사는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점이다. 의료개혁이 이름만큼이나 강력하고 효과적이라면 고위험 산모가 갈 병원이 없어 아이를 잃고, 아픈 아이가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줄어 뉴스에 드물게 나와야 하지 않나. 의사들이 지역·필수·공공의료 대신 집회장을 찾고, 신생아 의사가 대통령 앞에서 8분간 "절벽에 서 있다"고 울분을 쏟아내는 일도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15년. 국민성장펀드가 새로 내놓은 '초장기기술투자펀드(이하 초장기펀드)'의 존속기간이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처럼 성장이 오래 걸리는 딥테크 분야에 투자금이 조급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통상 7~8년이던 벤처펀드의 만기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방향은 타당하다.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자본의 회수 주기 사이에서 발생하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 '기다림의 펀드'가 정작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오래 기다려온 주체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AC(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공청회의 참석 대상은 VC(벤처캐피탈)와 PEF(사모펀드), LP(민간출자자)로 한정됐다. 극초기 딥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온 AC는 논의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단순한 자리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초장기펀드의 운용사(GP) 선정 대상에서 AC를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시기에 경찰 미담이라니 역겹다. " "장윤기 사건 물타기냐. " 최근 한 경찰관의 활약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고수익 일자리 제안에 속아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된 30대 남성을 구한 이야기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피해자와 어렵게 연락을 이어가며 구글 지도를 활용해 위치를 특정해냈다. 이후 외교부와 주태국 한국대사관, 현지 경찰의 공조를 끌어내 구조에 성공했다. 해당 기사는 현장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머니투데이가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연재물이었다. 대개 응원과 격려가 뒤따르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기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경찰관의 성과는 빛이 바랬다. "경찰이 잘하는 것처럼 세탁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박수받아야 할 일이 되레 비난받는 상황은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경찰의 현주소다. 범죄자 아들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찰관, 이 경찰관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수사 정보를 알려준 수사팀원들, 핵심 증거물의 은폐를 지시한 수사팀장. 이들의 행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 국민을 정면으로 배신했고 공권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최근 1년간 국내 과학기술계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빨리빨리'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국정기조와 맞물려 생겨난 현상이다. R&D(연구·개발)는 목표 측면에서 보면 속도전이 필수다. AI(인공지능) 분야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양상이 변한다. 미국이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 고가의 자원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다가도 '키미 K3' 같은 '가성비' 중국산 AI가 나오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미국·중국 주도의 AI 시장에서 한국은 흐름을 면밀히 살펴가며 필요한 자원과 기술을 빠르게 판단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사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속도전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작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차게 출범한 'K문샷 프로젝트'가 그렇다. K문샷은 과학기술에 AI를 투입해 2035년까지 원자력·양자·신약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다. 미국이 '제네시스 미션'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계획한 사업이기도 하다.
정책금융은 민간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민간 자본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지만, 정부의 정책자금은 산업정책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목표를 함께 담는다. 정부가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다. 해당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며, 제한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산업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국민성장펀드의 리가켐바이오 투자는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바이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영역으로 판단했다는 정책적 메시지이자, 리가켐바이오를 그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바이오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정책적 신호였다. 일회성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아니라 정부가 산업의 미래를 믿고 책임 있는 자본을 투입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그 첫 사례가 나왔음에도 시장은 이를 '호재 하나' 정도로 소비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직접 실체를 파악할 방법은 없고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니 당연히 보수적으로 일처리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엄격한 심사자의 길로 갈 수밖에요. " 며칠 전 만난 한 검사는 공소청 체제가 들어서면 기소율이 뚝 떨어지고 각종 영장 기각률은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요새 법조계에서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공소청은 수사기관이 넘긴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당장 기소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영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소율 하락이 범죄 억제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웬만한 위법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대전제가 흔들리면 범죄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범죄 수법이 교묘해져 수사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소 문턱이 높아져 발생하는 부담은 그대로 우리 사회 전반에 전가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정황은 확실한데 초동 수사나 증거 확보가 부실해 기소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을 수 있다. 각 기관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범죄자들은 도주와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을 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무인가게로 전환하든, 폐업하든 둘 중 하나뿐입니다. "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펫산업, 편의점, 철근가공업 등 국내 중소·소상공인 업계 대표자들이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겨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대표들의 목소리는 현장 사례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격앙됐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직원들에게 줄 돈도 없어 몸을 갈아넣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하를, 어렵다면 최소한 동결이라도 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호소는 묻히고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 7% 오른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토록 제도를 설계한 건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중소·소상공인들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모르고 인하·동결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날 한 소상공인 대표는 "우리는 최저임금도 못 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