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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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내놓은 사회기여 방안이 많이 부족하죠. " 증권업계가 1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사실상 사회기여 방안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에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투자자 덕분에 10조원 넘게 벌어놓고 1조원을 내놨다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용 측면에서도 투자자 교육이나 보호 방안이 빠져 쉬운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사회기여를 요구하는 배경은 올해 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증권사 61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518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2930억원)과 비교하면 약 80% 늘었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9조6455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자산운용사까지 더하면 금융투자업계의 당기순이익은 13조원이 넘는다. 자산운용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조1533억원을 합하면 업계 전체 순이익은 13조6735억원이다. 특히 주식거래 중개를 대가로 받는 수탁수수료만 10조원에 달한다.
"혹시나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 책임을 물을까 걱정입니다. "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실무자들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투자 집행에 속도를 내라는 미국측의 압박과 무리한 요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 사업을 검토하고 선정하는 실무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상호 협의하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선택하기로 했다. 상업적 합리성이란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측이 요구하는 투자사업이 상업적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그동안 실무자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가스복합화력발전, 대형 원전, 알래스카 LNG 사업 등으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마저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 정부는 20년 내 원리금 상환을 조건으로 사업을 검토 중인데,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내부수익률(IRR)이 연 15~20%는 나와야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가 일명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추진할 때만해도 국내 배터리업계의 기대는 남달랐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 등으로 최근 3~4년간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미국처럼 생산량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업계에선 생산설비 투자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배터리업계가 줄곧 요구해온 '직접환급제' 등이 빠지면서다. 현재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어서 적자를 내는 배터리업체들은 사실상 혜택을 받기 어렵다. 지원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정작 지원이 절실한 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지원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단기 전망은 엇갈리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이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전기차 수요도 성장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규제 당국이 규제 대상한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 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23일부터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의 비공개 항목 4개를 공개로 돌렸다. 필수품목의 규격과 종류, 가맹사업 매출 정보, 설비·물품 목록 등이 대상이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할, 어느 산지에서 어떤 규격과 단가의 원료를 쓰는지 등이 포함된다. 이 관계자는 개정 사실을 공정위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제도 개정 전 충분히 이해관계자 의견을 묻고, 협의하는 것. 규제기관과 규제 대상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 원칙이 흔들린 건 비단 정보공개서를 둘러싸고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달 3일 예고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단체 등록 요건은 10%가 됐다. 정작 지난 6월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업계에 제시했던 기준은 30%였는데, 그 사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기준이 점주단체 측 주장대로 바뀐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우리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공정한 경찰이다. "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섰다. 이윽고 손에 든 경찰헌장을 한 문장씩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뒤편 대형 화면에는 '경찰이 부족했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걸렸다. 그 아래에는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이날은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취임한 날이었다. 통상 취임날이면 앞으로의 구상이나 목표를 밝히기 마련인데 김 직무대행은 전국 지휘관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고개부터 숙였다. 경찰청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기본부터 바로 세우겠다는 쇄신 의지를 다지기 위해 회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직무대행의 파격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취임 당일 오후에는 제주로 내려가 허위종결 사태를 빚은 실종 사건 현장을 찾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실종 수사 쇄신을 1호 지시로 내렸고 이튿날에는 후속 대책을 직접 챙겼다.
"요즘도 코로나19에 감염돼 돌아가시는 분이 계시나요" 최근 모더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김희수 부사장이 전한 주변의 반응이다. 한때 매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 코로나19는 지나간 일에 가깝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으면서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일상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2024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3208명이다. 전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안심할 순 없다. 사망자의 72. 2%는 80세 이상이었다. 사회 전체의 위험이 낮아졌다는 사실이 고령층 개개인의 안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누군가에게 가볍게 지나가는 감염이 다른 이에게는 마지막 입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접종에 대한 관심은 이런 위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5~2026절기 고위험군 접종률은 올해 3월24일 기준 42. 7%였다. 대상자 절반 이상이 접종하지 않은 상태였다. 질병청이 여름철 재유행에 대비해 접종 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연말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를 선정한다. '리더급'은 각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국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집단임을 뜻한다. '과학기술자'는 집단의 범위를 규정한다. 국내 학계·연구계·산업계에 몸담은 과학자와 공학자다.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로 선정되면 연 1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연구실에 걸 '국가과학기술자' 명패를 제공하고, 연 1회 대통령과의 면담 기회도 준다. 책무도 있다. 국가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문 역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20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00명을 채울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뛰어난 연구자와 그렇지 않은 연구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왜 과학자가 아닌 과학기술자인가, 왜 하필 100명인가. 이런 질문이 나온 건 '국가과학자'가 처음 경험하는 제도가 아니어서다.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최고과학자 연구지원사업'과 '국가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이 있었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명칭이 바뀌고 규모도 축소됐지만, 매년 1~2명을 선정해 1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틀은 유지됐다.
"앞으로 구속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혹시 아세요?" 얼마 전 만난 한 검찰 간부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공소청으로 넘어온 구속 사건에서 보완할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시간상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현하면서다. 그는 "나도 전혀 모르고 대검이나 법무부도 모르는 것 같은데 국회나 대통령은 알겠느냐. 이런 것은 대체 누가, 언제 정해주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행법상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수사기관은 10일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사건이 공소청에 송치되면 구속 기간은 10일 더 늘어난다. 법원 허가를 받으면 한 차례, 최장 1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사건이 공소청에 넘어온 단계에서 20일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셈이다. 기간 내에 기소되면 구속 기간이 2개월 늘어난다. 검사들은 공소청 단계에서 보완수사가 필요해질 때가 문제라고 한다. 기존에는 검사가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아보거나 직접 피의자를 대면 조사해 사건을 처분하면 됐다.
생성형 AI가 출시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일자리 감소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IT 기업이 모여있는 판교에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파업이 늘어난 것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IT 업계 중에서도 가장 우려가 큰 분야가 게임 업계다. 전통적으로 게임 업계는 살인적인 노동량으로 유명하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야근이 이어지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고질병이다. 불이 꺼지지 않아 등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과로에 시달리다가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이런 게임 업계에 AI의 등장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사실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예전부터 노동량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해왔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AI를 활용하면 확실히 노동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이나 감성적인 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지만 단순 반복 작업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성과급 계산기'가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을 계산해준다. 예상 영업이익을 넣으면 정해진 산식에 따라 성과급 규모를 보여준다. 세전과 세후 금액도 친절히 알려준다. '삼전닉스' 직원이 아닌 직장인도 접속해 슬쩍 계산해본다. 숫자는 놀랍다. 증권가가 예상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267조원을 대입하면 직원 1인당 평균 세전 약 7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단순 계산이고 실제 지급액은 개인과 지급 방식, 세금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래도 '억' 소리가 난다. 그런데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마련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생산직(전임직) 노동조합 찬반투표에서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전액 현금으로 주던 성과급을 40%는 현금,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는게 핵심이었다. 자사주의 경우 40%는 바로 팔 수 있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받을 수 있다. 2027년에는 현금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일 수도 있다. 노사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서울시에 휘둘려선 안 된다. "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활용하겠다고 하자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서울시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탄천 물센터의 경우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려워 용산공원보다 주택 공급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뉘앙스도 사뭇 달라졌다. 지난 26일 오 시장과 두 번째로 만난 직후 탄천을 공급 부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튿날엔 여당 의원들과 같은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탄천이 용산보다 주택 부지로 적합하다는 얘길 하려는 건 아니다. 서울 중심부에 청년, 신혼부부가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주거지가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수요자들은 용산이든, 탄천이든 안정적으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의 빠른 공급을 바란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정치적 갈등과 앙금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한 원인이 서울시정 실패 탓이라고 본다. 서울시도 주택 공급의 성과가 온전히 여권에 귀속되는 걸 응당 바라지 않는다.
"오죽하면 용산까지 꺼냈겠어요. " 정부 관계자의 말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자신도 애초 용산공원에 집을 짓는 데 반대했다고 했다. 오랜 기간 국가공원으로 조성해온 땅을 주택 공급을 위해 다시 들여다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에 집은 부족하고 당장 활용할 땅은 마땅치 않다. 대통령의 공급 확대 의지도 강한 만큼 용산공원까지 주택 공급 카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 4일 머니투데이가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검토를 처음 보도한 뒤 논의는 삽시간에 용산공원 전체로 번졌다. 이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차례 만나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등을 묶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도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천이라고 해서 답이 간단한 건 아니다. 김 장관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는 것보다 "어디로 이전할지가 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