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관을 욕하는 말을 부대원 여러 명이 들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상관모욕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육군 장교 이모씨 사건에서 상관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11월 한 부대 행정반에서 상관의 지시 내용에 불만을 품고 "정작과장은 병신이다", "군인 아니었으면 이미 때리고도 남았다" 등의 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장에는 부대원 4~5명이 있었고 이들이 이씨의 발언을 들었다. 또 이씨는 2024년 2월에도 중대장실 앞 복도에서 같은 상관의 멱살을 잡아 벽 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군형법은 상관을 문서·도화·우상 등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모욕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조항에서 말하는 '공연한 방법'은 단순히 다른 사람이 모욕적 표현을 들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문서 등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상응할 정도로 공개적이고 전파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를 제시했다.
1심 군사법원은 상관모욕과 폭행 혐의 중 일부 발언에 대한 상관모욕 및 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항소했지만 2심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상관모욕 혐의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씨의 발언을 부대원 몇 명이 일하다가 또는 지나가다가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군형법상 '공연한 방법'에 의한 상관모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씨의 발언이 일방적·공개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전달됐거나,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이뤄져 확산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