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 조사 대납'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시장직 박탈 위기를 면했다. 1심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일부 진술을 받아들이면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단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가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명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1심과 달라서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명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증거가 명씨의 진술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명태균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수사 과정에서 제시되는 증거 등을 종합하면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의심이 있지만 혐의가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심은 명씨 진술 중 일부는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명씨 진술 일부만 신빙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진술만 인정해서 유죄로 삼기 위해선 충분한 근거나 진술을 보강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명씨는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에 근거·과장된 진술을 구분하기 어렵다. 불리한 사정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고 기존에 한 진술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와 명씨 사이의 통화 녹취도 명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 쓰였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씨 주장이 2021년 3월6일자 통화에 나오는 명씨의 진술과 배치된다고 했다. 해당 통화 녹취에서 명씨는 김씨에게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혐의와 그 비용을 김씨에게 대납하도록 했단 점이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미래한국연구소가 2020년 10월부터 보궐선거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 △여론조사 결과가 지속해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에게 공유된 점 △서울시장뿐 아니라 부산시장 선거도 함께 여론조사가 실시된 점 등을 종합해 오 시장의 의뢰에 의해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판결 이후 오 시장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희비가 교차했다. 오 시장은 활짝 웃어 보였다. 울컥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 시장은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창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임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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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특검팀은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상고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명씨 진술뿐 아니라 제출한 증거 중 공소사실을 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다"면서 오세훈 캠프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라는 내용의 대화 내역 등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명씨의 여론조사 관련 재판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이날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