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함께 훈련할 시간조차 없었다. 미국 여러 독립리그 구단에서 모인 선수들이 사실상 처음 한 팀이 됐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감독 돈 와카마쓰(63)가 이끄는 롱비치 코스트의 이야기다.
롱비치는 3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6 울산-KBO 폴리그(Fall League) 준결승에서 LG 트윈스 퓨처스팀을 4-2로 꺾었다. 2-2로 맞선 9회말 2사 1루에서 벤저민 로젠가드(27)가 끝내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예선 8승 2무에 이어 11경기 무패(9승 2무)로 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창단 첫 시즌을 치른 롱비치는 올해 독립 파이오니어 리그에서 67승 29패를 기록하며 전체 12개 구단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다만 한국에 온 롱비치는 미국 정규시즌 선수단과 다르다. 롱비치뿐 아니라 오클랜드 볼러스, 유바-서터 프리버즈, 위니펙 골드아이즈 등 여러 미국 독립리그 구단 선수들로 구성된 연합팀이다.
연합팀을 한국으로 이끈 사령탑은 MLB 출신의 와카마쓰 감독이다. 그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를 지휘한 일본계 미국인 4세로 MLB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와카마쓰 감독은 "원래 참가할 예정이었던 멕시코 팀이 빠지면서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서로 다른 구단에서 뛰던 선수들이었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처음 모였다. 함께 훈련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급하게 모인 팀이지만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롱비치는 예선 10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를 5-0, 삼성 라이온즈를 10-1, LG를 7-1로 꺾는 등 국내 구단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과시했다.
미국 정규시즌 기록만 보면 다소 의외다. 롱비치의 파이오니어 리그 팀 평균자책점은 5.31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오히려 리그 전체 1위였다. 와카마쓰 감독은 "파이오니어 리그는 평균자책점이 굉장히 높다. 몬태나나 아이다호 등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경기를 많이 치르기 때문에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거의 7점(실제로는 8.44)에 이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MLB 감독 출신 와카마쓰가 직접 상대해본 한국 유망주들의 수준은 어떨까. 와카마쓰 감독은 "한국 선수들 가운데 미국 (독립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야구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상대했던 미국 선수들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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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강조한 것은 선수들의 연령과 경험 차이였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 4학년을 마쳤거나, 이미 독립리그에서 여러 해 뛴 경험이 있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만난 선수들은 상당히 어리다. 중국 팀과 경기할 때는 16세 선수도 상대했다"며 "이런 연령 차이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런 가운데 와카마쓰 감독이 특히 주목한 것은 기본기였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와 이번 한국 대회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와카마쓰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본기였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팀들의 기본기도 정말 훌륭하다"며 "공을 던지고 잡는 것부터 수비까지 탄탄하고 선수들이 규율을 잘 지킨다. 그런 기본기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만난 만큼 야구를 배우는 방식도 다양했다. 와카마쓰 감독에게 이번 대회의 가치는 단순히 승패에 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 한국 팀과 경기를 하거나 지켜볼 때마다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는 상대 선수를 유심히 관찰하라고 이야기했다"며 "나라마다, 팀마다 야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상대 선수의 좋은 기술을 발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도 뜻깊은 경험이었다. 롱비치의 중심타자 쿠바 베스(29)는 "KBO 퓨처스리그 선수들뿐 아니라 호주와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재능 있는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미국을 떠나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좋은 시험대가 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미국 독립리그로 진출한 렌 아베-아리아스(24) 역시 "나는 일본 출신이지만 일본식 투구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아직 발전할 부분이 많지만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 경기 하나의 공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와카마쓰 감독은 경쟁 상대가 강해질수록 교육리그 전체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 팀은 9승 2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은 한국 팀이 차지했다. 강한 팀들이 계속 참가하면 다른 팀들도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서로 더 강해지려고 경쟁하는 것은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이런 경쟁이 대회 전체의 수준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롱비치는 31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