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선언에도 비공개로 펀드 투자

탈석탄을 선언한 국민연금이 대규모 민간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투자하는 'KB강릉에코파워펀드'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 3700억원 규모 투자 잔액을 비공개로 보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석탄산업 투자는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엇갈린 투자라는 비판을 사면서 법적 소송으로 비화했던 분야다.
27일 연기금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KB강릉에코파워펀드 투자잔액은 3717억원이다. 투자잔액은 출자금에서 회수금을 뺀 장부상 금액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2018년 5월 KB강릉에코파워펀드에 4000억원을 출자 약정했다. 투자잔액은 약정액의 92.9%다.
KB강릉에코파워펀드의 투자처는 강릉안인화력발전소 건설·운영 업체인 강릉에코파워다. 출범 초기 주주 구성은 강릉석탄화력 42%, 한국남동발전 29%, 삼성물산 29%의 지분율이 알려진 바 있다.
강릉안인화력발전소 총 설비용량은 2080메가와트(㎿)이며 건설에 약 5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강릉안인화력 건설에는 2018년부터 5조6000억원이 투입됐으며 국민연금이 탈석탄을 선언한 2021년 5월 강릉안인화력은 건설 중인 상태였다.
강릉안인화력발전소 1호기는 2022년 10월, 2호기는 2023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에는 제약을 받아왔다. 2024년 봄 신한울 원전 2호기 상업운전 이후 송전 제약으로 발전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낮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발전설비 이용률은 25.5%였다. 강릉에코파워는 지난해 2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1년 5월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석탄 채굴·발전 산업 투자 제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언 이후에도 구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한국전력 채권·지분 투자가 이어지자 기후솔루션 등 기후환경단체 회원 등 35명은 2024년 2월 국민연금 이사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민연금에 대해 탈석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가입자에게 건강상·재무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탈석탄 선언이 향후 투자 방향을 밝힌 것으로, 선언 자체만으로 구체적인 법적 의무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기금운용위원회는 선언 약 3년 7개월 뒤인 2024년 12월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의결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대화하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개선이 부족하면 기금위 의결을 거쳐 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