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유조선 부족으로 해상 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뛰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공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평균 일일 운임은 최근 65만1107달러(약 9억원)까지 올라 일주일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특히 중동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VLCC의 하루 용선료는 100만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배럴당 운송비로 환산하면 약 26달러로, 현재 국제유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번 유조선 공급난의 직접적인 계기는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이 꼽힌다.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에서 생산한 원유를 서부 홍해 연안으로 운송하는 사우디의 핵심 수송로였다.
그러나 이달 초 드론 공격 이후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고 서부 홍해 항로마저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을 받자 사우디는 동부 수출항인 라스타누라 등을 통한 물동량을 급격히 늘렸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오만 인근 해역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STS)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장거리 원유 수송에 투입되던 VLCC 상당수가 호르무즈 주변 단거리 운송에 묶였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VLCC 약 900척 가운데 15%가량이 호르무즈 해협 오만 연안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 그래도 이란 전쟁 후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등 장거리 항해에 투입되면서 가용 선박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사우디 원유까지 호르무즈 해협으로 몰리면서 유조선 부족이 세계 원유 운송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유조선 운임 급등이 정유사와 소비자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운송비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주유소 기름값 등 최종 연료 가격의 하락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트레이더 아디 임시로비치는 "정유사에 중요한 것은 원유 가격 자체가 아니라 운송료를 포함해 공장에 도착하는 실제 가격"이라면서 "주유소 가격엔 이 모든 비용이 포함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