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옷 로열티의 허와 실

[기자수첩]속옷 로열티의 허와 실

김유림 기자
2009.09.02 15:14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 'L'사의 속옷을 산 소비자 이모씨는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서 'L'사는 속옷 제품이 따로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의아했다. 평소 이 브랜드의 의류 제품을 좋아했던 이 씨로서는 회사의 이미지와 품질을 믿고 구매했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팔지 않는다는 얘기가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이 회사의 속옷 제품은 국내 속옷 제조업체가 자체 기획, 디자인한 제품으로 브랜드만 빌려온 경우였다. 제품 가격에는 당연히 브랜드 로열티가 포함돼 있다. 업체로서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씨는 L사의 디자인과 제품력을 믿고 산 것이었는데 어쩐지 배신감이 들었다.

통상적으로 브랜드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제품의 이름을 빌려 쓰는 것 뿐 아니라 디자인과 상품 기획력 등 해당 브랜드가 가진 총체적 무형의 자산에 대한 대가를 의미한다. 이 경우처럼 이름만 빌려 쓴 경우라면 소비자들이 지불한 대가는 정당한 것일까.

불황에는 속옷이 잘 팔린다는 속설을 반영하듯 최근 속옷 시장에서는 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이 등장해 소비자들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다보니 무리한 제품 기획까지 등장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연예인 브랜드'. 일부 연예인을 제외한 대다수 연예인 속옷 브랜드의 경우 연예인들은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제품 가격에는 연예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 뿐 아니라 이를 기획한 연예인 기획사에 지불하는 비용, 제품을 제작한 봉제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포함되고 마지막으로 유통업체 마진이 붙는다. 최소 4곳에 지불하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가 순수 원가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빌려 쓴 데 대해 일종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유명 연예인의 명성에 편승해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이 손쉬운 일이지만 소비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제품은 정작 품질이 떨어지기 좋은 구조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러나 업계가 전반적으로 이름 빌려 쓰기에만 급급하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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