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캐피탈 경쟁력 높이려면

[기고]벤처캐피탈 경쟁력 높이려면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이사
2009.11.24 07:30

우리나라에 벤처캐피탈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벤처캐피탈은 투자의 방법이나 투자영역, 재원의 조달이나 투자금의 회수방식, 해외 벤처캐피탈과의 경쟁 등 여러 가지 경영여건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벤처캐피탈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서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보는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벤처캐피탈은 벤처펀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벤처캐피탈이 벤처펀드를 결성하지 않고 자본금으로만 투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과거의 투자성과(Track Record)와 현재의 평판, 그리고 도덕성을 검증 받아 출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결국 출자자를 만족시키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투자성과가 있어도 출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펀드결성은 불가능하다. 즉, 펀드를 결성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출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해가는 것이고 출자자와 운영사간(벤처캐피탈)에 신뢰와 약속이 바탕이 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 제도는 정부가 한 푼도 출자하지 않은 펀드에 대해서도 투자의무비율이나 투자대상, 해외투자요건, 특수관계인 투자제한 등과 같은 다양하고 엄격한 규제를 준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가 출자하지 않는 한 정부는 그 펀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벤처펀드는 출자자와 운영사간에 맺은 약속이 펀드 운영방식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법에 의해 그 돈을 어디에다 써야할 것이며 3년이 지나면 반드시 40%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든지 해외투자의 요건을 정한다든지 선의의 특수관계인 투자까지도 허용하지 않는 등 출자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벤처펀드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 결성된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기 위해 펀드를 결성하는 벤처캐피탈은 없다.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러나 현 제도 하에서는 3년이 경과하면 반드시 펀드의 40%이상을 업력 7년 미만의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에 신주의 형태로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심각한 주의를 받게 된다. 투자할 수 없는 업종도 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 최근 정부가 상당부분 투자금지업종 규제를 완화한다는 조치를 발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상장주식도 펀드의 20%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이전에는 5% 미만만 가능) 해외투자도 우선 국내에 투자해야 하고 국내 투자금액만큼만 투자가 허용된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 제도 하에서 벤처캐피탈은 다양하고 엄격한 특수관계인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벤처캐피탈과 벤처펀드가 특수관계인에 해당되고 벤처캐피탈의 10%이상의 대주주, 벤처펀드에 5%이상 출자한 출자자 그리고 벤처캐피탈이 30%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도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과는 어떠한 ‘자금거래’도 금지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주주에 일시적인 자금을 빌리는 일도 할 수 없으며 5%이상 출자한 금융기관과도 선의의 거래마저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탈이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30%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사무기기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생산하는 사무기기도 사서는 안 된다. 아무리 성공적인 투자성과가 보장되어 모든 출자자가 투자를 원한다고 해도 특수관계인에 해당되면 투자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벤처캐피탈이 금융의 한 분야이고 정부로부터 등록을 받아 설립되는 만큼 관리와 감독은 꼭 필요하다. 다만 지나친 규제로 벤처캐피탈의 정상적인 투자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출자자를 불편하게 함으로써 출자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벤처캐피탈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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