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국, 아시아 최대경제국 된다니 믿겠나?

[광화문]한국, 아시아 최대경제국 된다니 믿겠나?

유승호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2010.05.19 08:34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저술가 자크 아탈리는 '미래의 물결'이란 저서에서 한국의 미래를 낙관했다. 미국이라는 제국이 종말을 고하고 한국 등 11개국 즉 '일레븐'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며 특히 한국은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심지어 일본에서조차 '미국식 모델'보다 '한국식 모델'을 모방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과 문화적 역동성을 높게 평가했다.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 즉 북한의 갑작스런 체제 붕괴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슬기롭게 피해나가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이다.

당사자인 한국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한국이 중국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으로 부상하고, 일본조차 모방할 한국식 모델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가?"

최근 애플의 아이폰 열풍을 보면 더욱 헷갈릴 수 있다. 얼리 어답터가 지천인 한국에서 '아이폰 쇼크'는 어쩌면 미국에서보다 더 컸던 것 같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경영자는 "삼성은 죽어도 이런 거 못만들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아이폰은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던 유비쿼터스적 상황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하는데 성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삼성은 그런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못했을까? 스마트폰 시장의 최후 승자는 과연 애플일까?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가 곧 출시하는 '갤럭시 S'를 시험해본 사람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승부는 이제 시작이겠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자화상이 실제 자신들의 위상에 비해 위축돼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세계무대에 나가면 크게 평가받는 것도 안방에 들어오면 폄훼되기도 한다. 한번은 삼성전자 사장급 임원에게 물은 적이 있다. "삼성이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내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미국에 있다가 삼성에 합류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하루는 제게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미국 연구소나 대학에 있어봐야 외국계 임원밖에 더 하겠느냐, 능력 있는 사람을 대우하는 게 삼성이다.'" 그는 실제로 삼성에 합류한 뒤 혈연 학연 지연 다 떼고 능력자를 대우하는 것이 잘돼가는 비결이라고 실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삼성 CEO들 가운데 이씨가 있나요? "라고 반문했다.

스티브 잡스에 매료돼 있는 사람들이 세계시장에서 TV LCD D램반도체 등 11개 제품의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Samsung'의 위상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기도 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보면 삼성은 하는 족족 투자에 실패하고 문제투성이 기업이다. 이 책대로라면 삼성은 진작 망했을 기업이다. 하지만 삼성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삼성을 배워야 한다고 할 정도다.

GM이 망가지고 토요타가 리콜 사태로 엉망이 되자 "이제 보니현대차(471,000원 ▲5,500 +1.18%)가 예전의 현대차가 아니더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성세대 의식은 아직도 실제보다 훨씬 작은 과거의 틀 속에 갇혀있는지는 않을까.

자신 없는 기성세대는 흘러간 물결인지 모른다. 자크 아탈리가 본 한국의 미래는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는 이승렬(89년생), 이청용(88년생), 김연아(90년생) 세대가 몰고 오는 새로운 물결일 것이다. '88 동이'들에겐 거리낌도 주저도 없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은 움추렸던 한국인들이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면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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