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엔진, 풍력시장 등 주력사업 곳곳에서 경쟁
현대중공업(375,500원 ▲4,000 +1.08%)이 원전 설비시장에 진출할 경우두산중공업(94,900원 ▼800 -0.84%)과의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발전설비 시장을 비롯해 원전 설계와 시공까지 아우르는 원전 전문업체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 원전 발전설비 시장을 독점해오면서 원전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키워온 두산중공업과의 격돌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지분을 매집한 한국전력기술은 국내 원자력 발전설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에 따라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이 보유하던 지분 20%를 우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두산중공업도 발전설계 회사를 인수합병(M&A)한다는 계획 하에 한전기술의 지분 인수를 적극 검토했다. 그러나 한전기술이 민영화되더라도 민간 기업에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최종 검토 단계에서 포기했다. 한전기술의 대주주인 한국전력이 민간 대기업의 주주 참여를 꺼릴 것이라는 우려도 포기 배경이었다.
두산중공업이 망설이는 틈을 타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비중을 점차 줄이고 대신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비롯한 발전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해 오던 중 한전기술의 민영화가 원전 사업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전기술과 지분투자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두산중공업을 제치고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데 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 시공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수행에 대한 경험이 적은 두산중공업에 비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시장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의 경쟁은 역사가 깊다. 두산중공업은 뿌리가 현대계열사였다. 현대계열사였던 현대양행이 신군부 출범당시인 1980년 한국중공업이 됐고 2001년 민영화때 두산이 이를 인수해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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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한국중공업이 두산으로 넘어가기 2년전인 1999년 정부의 발전산업 일원화 과정에서 한국중공업과 발전사업권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이 민영화될 때 다시 일부 지분 이양을 통해 발전사업 진출을 꾀했지만 두산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 바람에 이러한 시도도 좌절됐다.
이후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중공업을 그룹의 주요 동력으로 삼으면서 현대중공업과 두산의 경쟁이 격화됐다.
가장 먼저 불꽃이 일었던 곳은 바로 건설장비 사업부문이다. 1990년대 중반 나란히 중국에 진출한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와 휠로더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플랜트와 발전설비 등으로 확장하면서 두산과의 사업상 전선이 확대됐다.
두 기업은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군산에 풍력발전설비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두산은 이듬해인 2009년 체코 터빈기업을 인수하며 단숨에 풍력발전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엔진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올 연말 대형엔진 생산 누계 1억 마력 달성이 예상되는 세계 1위 현대중공업에 두산그룹이 최근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엔진을 통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최근 불거졌던 현대중공업과 두산의 엔진 기술유출 공방은 첨예해지고 있는 양사의 경쟁구도를 잘 보여준다. 현대중공업 측이 두산엔진 협력사가 현대중공업의 PPS(이동식 발전설비) 엔진기술을 빼돌렸다고 수사를 의뢰했으며 두산엔진은 이에 대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기술을 빼돌릴 이유가 없다고 맞대응하는 등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