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관통해 남북 잇는 선진화 동맥, 대우인터 통근철도 탑승기

혼란스러운 민주화 정국 속에서 '아시아 4마리용'의 대열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던 필리핀.대우인터내셔널(75,700원 ▲4,200 +5.87%)이 필리핀에 새로운 선진화의 대동맥을 짓고 있다. 바로 마닐라를 관통해 필리핀 중부의 북쪽과 남쪽을 잇는 도심통근철도 건설현장이다.
필리핀의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어렵게 정권을 유지했던 아로요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위기를 맞을 시점마다 현지 언론을 대동해 공사 현장을 찾아 본인의 치적임을 강조했다. 아로요의 공치사는 퇴임하기 전까지 무려 세 차례나 반복됐다. 대우인터 통근철도의 현지 위상을 잘 살필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단이 찾았던 지난 9일 기준 공정률은 97% 이상. 이미 철차는 개통됐으며 노선의 북쪽 끝인 깔루깐(Caloocan)인근 노선의 정비작업만을 남겨뒀을 뿐이다.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마닐라 중심가 엣짜(edsa)가(街)를 지나 도심고속도로를 달려 쑤깟(Sucat)역에 도착했다. 15분여를 기다리자 열차가 도착했다. 총 6량으로 구성된 열차는 유리창에 우리나라 경찰 버스와 같은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돌을 던지거나 각종 낙하물로 인한 파손을 막기 위한 조치다.
덥고 습한 현지 기후 속에서 에어컨이 쾌적하게 가동되고 있는 대우인터의 통근철도는 북부 깔루깐에서 뚜뚜방(Tutuban)을 거쳐 스페인계 재벌인 아얄라 가문에 조성한 금융 중심지 마까티(Makati)인근 부엔디나(Buendina)를 지나 남쪽의 마닐라 위성도시이자 신도시인 알라방(Alabang)을 연결하는 수도권 핵심 철도다.

이전 알라방에서 중심지인 부엔디나까지는 버스나 철도로 한 시간이 족히 걸렸지만 대우인터의 통근열차가 가동되고부터는 20분 내로 이 거리를 주파하게 됐다. 올 10월이면 남쪽 알라방에서 북쪽 끝 깔루깐(Caloocan)까지 공사가 모두 완공돼 기존 두 시간 거리를 한 시간으로 단축함은 물론 하루 16만명의 마닐라 인근 시민들을 수송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기자단이 마닐라 중심가에서 출발역인 쑤깟(알라방에서 한 구간)까지 이동하는데는 정체를 피해 유료 도로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여가 걸렸다. 그러나 쑤깟역에서 마닐라 중심지인 부엔디나역까지 열차로 걸린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다.
대우인터의 통근열차 건설과 함께 마닐라 위성도시인 알라방은 거주환경은 물론 학군이 좋은 신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본다면 분당이나 일산 격인 신도시 베드타운이 형성돼 마닐라 발전의 균형을 맞추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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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만족도도 대단히 크다. 출근을 위해 철도를 이용한다는 크리스티나(25)씨는 "이전에는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이 없고 속도가 느린 철도를 이용했는데 대우인터의 통근철도가 개통되면서 이동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며 요금도 버스가 7.5페소인데 비해 10페소(기본구간) 수준이어서 비싼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이 지역은 과거 단선 철도가 다니면서 열차와 불과 10cm 거리에 판자촌의 벽이 위치했을만큼 빈민촌이었다. 수시로 철길을 건너다니는 사람들과 선로를 점령한 각종 유실물들로 인해 열차는 시속 10km를 넘지 못했다.
대우인터의 프로젝트가 필리핀 정부의 빈민촌 이주계획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박석용 대우인터 필리핀 마닐라지사장은 "철차사업에 들어간 건설비용은 4900만달러 수준인데 비해 주민들을 이주시키는데 필리핀 정부가 들인 비용만 1억5000만달러"라며 "통근열차 사업이 대대적인 도심 정비의 신호탄이 됐다"고 말했다.
계획성 없는 도심 확대로 인해 지하 공간 활용이 어려운 마닐라인 만큼 향후 지상 철도 확대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박 지사장은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2~3차로 계속될 철도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철도 환경 개선을 통해 지금은 40~50km/h인 평균 속도를 60km/h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