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한숨도 못잔다" 정책 어려움 토로

윤증현 장관, "한숨도 못잔다" 정책 어려움 토로

서귀포(제주)=오동희 기자
2010.07.31 11:29

일부 대기업이 전체 명예훼손, 중소기업 거래 관행 돌아봐야

"요새 한 숨도 못잔다. 경제학은 우울한 학문이다. 위기가 생길 때면 그많던 경제학자는 다 어디로 가는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최근 경제 상황과 정책 운용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0 제주하계포럼'에서다.

그는 참석한 기업인들을 상대로 "기업경영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분들은 늘 날선 칼 위에 있는 것 같겠지만 경제 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지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며 "불면증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은 우울한 학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위기가 생길 때면 그 많던 경제학자는 다 어디로 가는지 경제학자들은 모두 두 팔을 가지고 있느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라며 "지금 경제운영이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일부에서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며 "산업형태가 바뀌면서 제조업이 로봇 산업화돼 채용이 늘지 않는 등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옛날 방식의 사고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다만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조정해주지 않는다는 중소기업의 불만에 대해 대기업들이 한번 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납품단가조정제 준비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수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같은 공동운명체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상호공존에 실패한 것이 일본 도요타 사태로, 우리한테도 제2, 제3의 도요타 사태가 없으라는 법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좋아지면서 대기업 보유의 현금성 자산 얼마나 된다는 얘기들이 많다"며 "상장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 몇십조씩 현금을 가지고 있는데, 납품기업에 현금을 지급 안하고 어음을 주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1주일짜리 어음을 줘도 되는데 몇 달 짜리를 주지 않는지, 발주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일부 대기업에서는 정식 발주 대신 구두 발주를 하는데 중소기업입장에서는 구두발주라도 하면 납품을 준비해야 한다"며 "나중에 구두발주한 사람이 발주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하고 "일부 대기업이 대기업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놓으면 대기업이 덜컥 이것을 인도 받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또 최근 산단에 갔다 왔는데, 중소기업이 인력을 뽑아놨는데 대기업이 기술인력을 스카웃해가는 경우도 있다더라"며 "시장에서 나오는 이런 얘기에 여러분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래야 훌륭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며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를 풀고 서로 상생하는 길을 열자"고 주문했다.

윤장관은 공자의 말을 빌어 '생각이 천리밖에 있지 않으면 걱정이 바로 책상 안에 있게 된다"며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멀리보고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정책과 관련, "여기에 건설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의 의견에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중간에 서 있다. 정부는 예전에 경기회복에 비하면 부동산 시장은 현재 나름대로 안정돼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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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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