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조단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을 들인 '배터리 세일즈'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고성능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최주선 삼성SDI 대표와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안다즈 서울강남에서 만나 이같이 결정했다. 삼성SDI의 첫 벤츠향 물량수주다. 양사가 관련 계약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배터리업계에선 최대 10조원 규모로 본다.
이번 성과는 이 회장이 유럽출장을 다녀온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최 사장과 독일을 방문해 벤츠 경영진 등과 '배터리동맹' 구축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을 찾은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찬을 하고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의 계약에 따라 삼성SDI는 BMW와 아우디에 이어 벤츠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프리미엄급 자동차의 대명사인 '독일 3사'에 모두 배터리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에 강점을 보여온 삼성SDI 입장에선 차별화한 트랙레코드(실적)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중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 속에서 '조단위' 하이니켈 배터리 계약을 따내면서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도 의미가 있다.
삼성과 벤츠는 차세대 배터리 선행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양사가 배터리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전자장비)부품, 디스플레이 등은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차산업 전반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을 미래 핵심동력의 하나로 삼고 지난해 7월에는 테슬라와 차세대 자율주행용 반도체 공급계약을 발표하는 등 관련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파트너십은 양사가 가진 혁신 DNA(유전인자)의 결합"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배터리 수주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벤츠 관계자는 "양사는 그동안 기술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며 "전동화 전략의 핵심인 고성능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