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님, 한화빌딩으로 가주세요." "거기 근무하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으니 참고 들으세요."
최근 새 '출입처'가 된 한화그룹을 처음 방문하는 날 아침, 매서운 추위를 피해 탄 택시에서 기자는 30분 동안 '훈계'를 들어야 했다. 직원이 아닌 출입기자임을 미처 밝힐 틈도 없이, 그동안 언론에 소개된 한화그룹 '사태'로 혼쭐이 났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느낀 실망감은 예상 외로 컸나 싶었다. 검찰의 '위력'도 실감했다.
직접 만나본 한화그룹 관계자들은 모두 지쳐 보였다. 13회에 걸친 검찰의 압수수색과 300명이 넘는 임직원에 대한 소환조사로 '파김치'가 된 분위기였다. 검찰의 쉼없는 고강도 대응에 직원들은 차 한잔 나눌 시간도 없이 이리저리 뛰었다. 본사 1층의 보안요원들의 눈빛에도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마치 검찰이 언제 또다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여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벌써 몇 개월째 그룹 업무가 멈춰섰다"며 계면쩍어했다. 직원들은 대체로 "어떻게든 편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며 피로를 호소했다. 검찰이 경영진뿐 아니라 실무자급에 대해서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등에 충격을 받았다고들 했다.
30일 검찰이 한화그룹 임직원 11명을 불구속기소하면서 검찰 수사는 5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이제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한화그룹은 이날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을 내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법원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그룹으로선 의혹에 대한 명백한 규명과 동시에 '국민의 사랑'을 되찾는 일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신뢰는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고통과 시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몇 달 뒤 출근길에 "한화그룹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검찰에도 이와 같은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까.